초고액 자산가들, 주식서 채권·ELS로 자금 이동...안전자산 선호 강화
초고액 자산가들이 주식시장 변동성을 피해 브라질 국채, ELS, 종합투자계좌 등 안정형 자산으로 자금을 이동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00가문 20조원 규모의 패밀리오피스를 운영하며 IB 부서와의 시너지를 통해 차별화된 안정형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금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에서 거둔 수익의 상당 부분을 최근 변동성 장세에서 잃은 뒤, 위험도가 낮은 채권과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안정형 상품으로 자금을 옮기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의 이재열 WM(자산관리)사업부 대표는 "국내 주식에서 나온 돈이 채권 등 안정형 상품으로 갈아타고 있으며, ELS 등으로 분산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 채권 투자 손실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자산가들이 보수적인 투자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초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투자처는 브라질 국채다. 특히 달러 표시 브라질 국채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브라질의 금리 인하 국면에서 매력적인 수익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헤알화 표시 국채는 연 14% 수준의 높은 금리를 제시하지만 헤알화 가치 하락 시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 반면 달러 표시 국채는 연 6~7% 수준의 금리로 낮지만 달러 강세 시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산가들의 전형적인 투자 전략은 10년물 달러 표시 브라질 국채를 매입해 비과세 이자를 1~2년 수령한 후 환율과 채권 단가가 유리해지는 시점에 매도하는 것이다. 달러로 지급되는 이자는 미국 주식 등 다른 달러 자산으로 즉시 운용할 수 있어 초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다.
ELS도 다시 각광받고 있다. 기존 ELS는 원금 손실 구간이 기초자산 가격의 70~80% 수준으로 설정돼 손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상품들은 손실 구간을 기초자산 가격보다 훨씬 낮게 설정해 위험도를 크게 낮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상품들은 30%대의 높은 수익률로 조기 상환되기도 했다. 이는 자산가들이 적정 수익률을 확보하면서도 원금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NH투자증권의 패밀리오피스 사업 확대도 안정형 자산 선호 추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200가문 이상이 가입한 패밀리오피스에 맡겨진 자산은 약 2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8월 가입 기준을 1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세 배 높인 이후에도 가문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개시한 종합투자계좌(IMA) 상품들이 안정형 자금 수요를 적극 흡수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상반기 1·2호 상품을 통해 총 5000억원을 넘는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1100억원 규모의 2호 상품은 청약 첫날 30분 만에 완판될 정도로 수요가 몰렸으며, 기준 수익률 연 4%를 상회하는 실제 성과를 거두고 있다. 18일 출시될 1200억원 규모 3호 상품의 수익률은 연 4.5%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IMA 상품의 차별화 포인트는 편입 자산의 구성에 있다. NH투자증권은 인수금융이든 회사채든 기업금융(IB) 부서에서 직접 확보한 자산을 고객 상품에 그대로 담고 있다. 자체 기업금융 자산으로 60~70%를 채워 안정성을 높인 것이다. 이는 증권사의 IB 역량을 WM 사업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시너지 전략으로, 초고액 자산가들에게 신뢰성 높은 투자처를 제공한다. 이재열 대표는 가업승계 컨설팅을 예로 들며 "IB 담당자와 변호사, 세무사, 프라이빗뱅커가 함께 원스톱으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채권형 안정자산으로의 본격적인 자금 이동은 하반기 이후에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초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심리는 여전히 신중한 상태다. 자산가 고객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이 계속 성장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며, 환율 변동과 로봇 산업에 대한 관심도 높다. NH투자증권은 이 같은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세미나를 활용해 자문사나 운용사 대표를 직접 초청하고 있으며, 필요시 화상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종 목표로 "플로비즈니스를 통해 NH만의 색깔을 입혀 고액 자산가라면 누구나 찾는 WM사업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