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단속 피해 중앙아시아로…한국인 스캠 조직 19명 검거
경찰이 캄보디아 단속을 피해 카자흐스탄으로 근거지를 옮긴 한국인 스캠 조직원 19명을 검거했다. 이는 동남아 지역의 강화된 단속으로 인해 범죄 조직이 중앙아시아로 이동하는 '2차 풍선효과'를 처음 확인한 사례로, 수십억원대의 피해가 추정되고 있다.
경찰이 캄보디아에서 단속을 피해 카자흐스탄으로 근거지를 옮긴 한국인 스캠 조직원 19명을 검거했다. 범정부 합동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23일 카자흐스탄 당국과 협력하여 현지에서 한국인 조직원 14명을 붙잡아 국내로 송환했으며, 국내에 체류 중인 조직원 5명도 함께 검거했다. 이번 검거는 동남아 지역의 스캠 단속이 강화되면서 범죄 조직이 제3의 지역으로 근거지를 이동하는 '2차 풍선효과'의 실체를 처음 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검거된 19명 중 14명은 이미 구속됐으며 나머지는 구속 절차가 진행 중이다. 경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을 거점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말 동남아 지역 스캠 조직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베트남 호치민으로 이동했다가 지난 4월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원들은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인 알마티 지역에 콜센터를 차리고 보이스피싱 범죄를 계속 실행했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한국인으로 자발적으로 조직에 합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경찰은 전체 조직 규모를 약 40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이 스캠 조직의 새로운 거점이 된 이유는 지리적·인프라 측면의 이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 관계자는 "카자흐스탄은 통신망과 한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며, 중국과 키르기스스탄 등 인접국과의 국경이 가까워 도주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단속을 피하고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조직의 입장에서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카자흐스탄은 국제 통신 인프라가 발달해 있어 한국으로의 원격 사기 행위를 실행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했다.
검거된 조직이 저지른 범죄의 규모는 상당한 수준이다. 경찰은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인 16명을 대상으로 실행된 6억원 규모의 범죄 피해를 확인했으며, 현재 추가 피해를 파악 중인 만큼 실제 규모는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이 사용한 범행 수법은 대법원 등기가 도착했다며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검사를 사칭하여 숙박업소에 가두고 악성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강요하는 '셀프감금형 보이스피싱'이었다. 이는 기존의 원격 사기를 넘어 피해자를 물리적으로 감금하는 형태의 범죄로, 피해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조직의 총책임자는 중국 국적의 인물로 현재 중국에 거주 중이며, 관리자 1명도 함께 중국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두 명 모두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로, 국제 수사 협력을 통한 추가 검거가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작전은 조직이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전 선제타격으로 한국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행됐다"며 "조직원들의 적극적인 자백으로 인해 제2, 제3의 유사 조직들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검거는 국제 범죄 조직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국경을 넘나드는 스캠 범죄에 대응하는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사례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