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 '급격한 금지' 아닌 '단계적 보완' 필요
정부의 포괄임금제 축소 정책이 추진되는 가운데, 법무 전문가들은 급격한 제도 변화보다는 현실을 반영한 단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74% 이상이 현행 유지를 원하고 있어 현장의 혼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포괄임금제 축소 정책이 현장의 혼란을 야기하면서, 제도 개혁의 방향성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 정부는 "일한 만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포괄임금제 축소를 국정 과제로 내걸었으며,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권역별 기획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법무 전문가들은 이러한 급격한 제도 변화가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기본급을 미리 정하지 않은 채 연장근로 등 가산임금을 합하여 일정한 금액을 월급이나 연봉으로 정하는 임금 형태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기본급을 정하고 이를 기초로 한 고정적인 금원을 연장·야간·휴일수당으로 고정 지급하는 경우도 포괄임금제로 불리고 있어, 용어 자체가 상당히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다. 이 제도가 광범위하게 활용된 배경에는 근로시간을 엄격히 측정하지 않아 온 국내 기업의 오랜 관행과 연봉에 모든 수당이 포함되어 있다고 전제하는 외국계 기업의 임금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
법원은 1974년 대법원이 포괄임금제를 처음 인정한 이래 일관되게 엄격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판례는 근로시간 산정이 객관적으로 어려울 것,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을 것,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할 것이라는 3대 요건을 요구해 왔으며, 2010년 대법원 판결은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경우 법정수당에 미달하는 포괄임금 약정은 무효이며 차액을 지급해야 함을 명확히 했다. 이러한 법원의 입장은 근로기준법상 간주·재량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가 정비된 현재 상황에서 포괄임금제의 예외 법리에 더 이상 의존할 필요가 줄어들었다는 판단에 기반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용노동부가 시행 중인 지침의 핵심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은 사업장에서는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히 계측하여 임금대장에 항목별로 명시하고, 약정 수당을 초과해 일한 만큼은 반드시 추가 정산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반드시 나누어 기재하도록 의무화했으며, 정액급제나 정액수당제 방식의 지급은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또한 실제 일한 시간이 약정된 시간보다 많다면 그 차액을 반드시 추가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이러한 지침에 따르면 기업이 고정수당을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유지할 실익은 과거보다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임금 미지급 이슈가 형사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급격한 제도 변화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포괄임금제 도입 기업의 74.7%가 현행 유지를 원했으며,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도 사업장의 79.3%가 실제 근로시간이 약정보다 적어도 수당을 전액 지급하고 있다고 답했다. 포괄임금제의 활용 범위가 급격히 축소되거나 그 효력이 부정되는 경우 일부 근로자의 실수령액이 줄어들거나, 기본급 구조 개편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분 단위 근로시간 기록 의무화가 휴게시간이나 사적 용무를 둘러싼 무용한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법무 전문가들은 포괄임금제 개혁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단순한 금지와 단속을 넘어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반 사업장에서 사무직 근로자의 근로시간까지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법원의 엄격한 판례, 정부의 강도 높은 감독, 국회의 입법 논의가 각기 다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현장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도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기업이 합법적인 틀 안에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관리하고 합리적 임금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한 가이드라인과 현실적인 완충 지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제도 개선이야말로 포괄임금제 축소 논의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보다 신중하고 꼼꼼한 검토가 필요로 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