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 수용자의 정보공개청구 악용 심각… 올 1분기만 1052건
교정시설 수용자들의 정보공개청구 악용이 심각해지고 있다. 올 1분기만 1052건이 접수되어 매년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외유성 청구와 금전 거래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현행 법 체계의 한계로 악용을 막기 어려워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정보공개청구 제도가 교정시설 수용자들의 '재미 삼아' 악용되는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교도소와 구치소에 갇힌 일부 수용자들에게 '놀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교정 공무원을 상대로 한 보복성 청구를 넘어 이해관계가 없는 경찰서 등 외부 기관으로까지 확산되면서 공공기관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통계에 따르면 상황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2024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 교정시설에서 경찰에 접수된 정보공개청구는 총 6014건으로, 하루 평균 7건에 달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4년 2263건에서 지난해 2699건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1월부터 3월까지 단 3개월 동안만 1052건이 접수되어 벌써 지난해 전체의 39%에 달했다. 이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현재 속도라면 올해 정보공개청구 건수가 지난해보다 훨씬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악용 사례들은 그 황당함에서 눈길을 끈다. 전남 장흥교도소에 수감된 한 수용자는 자신과 무관한 불특정 다수의 정보공개 결정문을 통째로 요구했고, 경찰서가 사생활 침해 우려를 들어 거부했음에도 법원은 '부당한 청구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수용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마약과 강간 등으로 대전교도소에 수감된 수용자는 광진경찰서에 한 달치 결정문 전부 공개를 청구한 뒤 거부당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는 법정 출석을 핑계로 교도소 밖으로 나오는 '외유성 청구'였다. 또 다른 사례로는 경찰서의 한 달 전기료가 얼마인지를 묻는 등 기관 운영과 무관한 내용의 청구도 들어왔다. 더욱 놀라운 점은 토씨까지 같은 청구가 전국에서 릴레이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대전교도소와 서울구치소 등의 수용자들이 시점만 바꾼 같은 내용의 청구문을 경기북부경찰청과 강원경찰청 등에 잇달아 제기했다.
교정시설 내부에서는 정보공개청구가 공무원을 괴롭히는 수단으로 '족보'처럼 전해지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교도소 소송 업무 담당자는 "안에서 '공무원 괴롭히는 방법'이라며 일종의 '족보'가 도는데, 가장 강력한 무기로 소개되는 게 정보공개청구"라고 말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돈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한 일선 교도소장은 "행정소송에서 이기면 변호사와 비용을 나눠 갖기로 약정하는 경우도 있다"며 "같은 내용을 전국에 뿌리며 오락 삼아 청구하는 수용자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보공개청구 제도가 단순한 재미를 넘어 금전적 이득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현행 법 체계로는 이러한 악용을 막기 어렵다는 데 있다. 정보공개는 어떤 국민이 청구하든 접수가 원칙이고, 청구 사유를 적을 의무도 없어 기관 스스로 악성 여부를 판단해 돌려 보내기 어렵다. 더욱이 법원이 판결할 때는 '부당한 이득을 위해 제도를 악용했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이 공공기관에 있기 때문에 목적이 빤해도 수용자가 이기는 경우가 빈번하다. 서울경찰청 정보공개심의위원으로 활동하는 공지인 변호사는 "목적이 불순하다는 걸 각 기관이 입증해야 해서 같은 사안이라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는 2024년 부당한 이득을 노리는 청구를 거부할 수 있는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전히 계류 중인 상태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알 권리를 위한 제도가 사익을 위해 휘두르는 무기로 변질됐다"며 "악성·반복 청구자를 실질적으로 제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보공개청구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면서도 악용을 방지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개선 방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