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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 집단분쟁조정 6년간 성립 '0건'...기업 거부에 속수무책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출범 6년간 집단분쟁조정을 통해 성립된 배상 사례가 0건으로, 기업들의 조정안 거부에 제재 수단이 없어 제도가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는 10배 이상 증가했지만 피해자들은 소송으로 직행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조정 수용 기업에 당근을 주고 거부 기업에 채찍을 주는 방식의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집단분쟁조정 6년간 성립 '0건'...기업 거부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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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이 소송 없이 신속한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집단분쟁조정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출범 이후 약 6년간 집단분쟁조정을 통해 피해 배상이 성립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2일 공개한 개인정보위 자료에 따르면, 2020년 8월 출범 이후 올해 5월까지 처리된 집단분쟁조정 신청은 총 4건에 불과했으며, 이 중 개인정보위가 제시한 조정안 3건도 유출 기업들의 거부로 모두 무산되었다. 조정안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하다는 점이 제도의 치명적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집단분쟁조정은 개인정보 유출이나 무단 이용으로 피해를 입은 50명 이상의 피해자들이 모여 배상이나 재발 방지 조치를 요구하는 제도다. 개인정보위가 마련한 조정안을 피해자와 유출 기관이 모두 받아들이면 재판에서 합의한 것과 같은 효력이 생기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조정안을 거부해도 유출 기관에 아무런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조정을 거절해도 제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2021년 10월 메타가 페이스북 회원 정보를 다른 기업에 넘긴 의혹과 관련해 개인정보위가 피해자 181명에게 각 30만 원씩 배상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메타가 이를 거부하면서 조정은 무산되었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에 피해자 3998명에게 각 30만 원씩 배상하라는 조정안이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경우 올 1월 약 2600명이 분쟁 조정을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조정안 마련 중인 상태로 남아 있다.

제도의 실효성 부족으로 피해자들은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으로 직행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이는 제도 도입의 본래 취지를 완전히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SK텔레콤 정보 유출 사건의 경우 분쟁 조정을 신청한 피해자는 3998명이었으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선 피해자는 약 10만 명으로 약 25배에 달했다. 분쟁 조정 제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회적 비용이다. 2021년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피해자인 20대 윤모 씨는 "기업들이 조정안을 거절하는데 몇 달씩 걸리는 분쟁 조정을 신청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조정 제도의 무용지물화를 꼬집었다. 윤 씨는 결국 법무법인을 통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집단분쟁조정이 신뢰를 잃으면서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집단분쟁조정 신청은 동시에 제기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처음부터 소송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집단분쟁조정에 필요한 50명 이상의 인원을 채우기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편 개인정보 유출 피해는 급증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부각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447개 기관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는 1억350만 건으로, 2021년 991만 건의 10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개인정보 침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피해자 구제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정안을 수용한 기업에는 혜택을 주고,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 기업에는 불이익을 부과하는 '당근과 채찍'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당한 이유 없이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유출 기관에 불이익을 주면 소송에 앞서 개인정보위의 조정을 거치는 것이 사실상 기본 경로가 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기업이 조정을 통해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면 과징금이나 과태료를 산정할 때 참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개인정보위는 지난달 3일 발표한 '제3차 개인정보 보호 기본계획'에서 "신고부터 조사, 분쟁 조정, 손해 배상까지 연계되는 원스톱 권리 구제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으며, 분쟁조정과 관계자는 "집단분쟁조정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홍보와 제도 개선에 더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 개선 없이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의 신속한 구제는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