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폭염 시 자택 온열질환 2배 증가…'안전지대'가 사각지대
국내 온열질환이 일 최고기온 38도 이상의 극한 폭염 때 자택에서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와 일본에서도 자택 내 온열질환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각국 정부가 냉방 시설 확대와 취약계층 보호에 나서고 있다.

극한 폭염이 닥칠 때 자택은 더 이상 안전한 피난처가 아닐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2011년부터 2025년까지 15년간의 질병관리청과 기상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 최고기온이 38도 이상으로 치솟는 극한 폭염 상황에서는 자택 내 온열질환 환자 비중이 평상시의 약 2배로 급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평소에는 전체 온열질환 중 자택 발생 비중이 약 6% 수준에 불과했지만, 기온이 38도를 넘는 극한 폭염 때는 이 비중이 12%까지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는 국내 온열질환이 주로 야외 작업장이나 논밭, 길가 등 실외 환경에서 발생한다는 기존의 통념을 깨뜨리는 결과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관찰되고 있다. 올해 극한 폭염 피해가 심했던 프랑스와 일본의 사례는 자택 내 온열질환의 심각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프랑스는 올여름 관측 사상 가장 더운 6월 폭염을 경험했으며, 전국 일 평균기온이 30도에 달했고 일부 지역은 44.3도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전국 72개 광역행정구역에 최상위 단계인 폭염 적색경보가 내려졌고, 6월 17일부터 7월 2일까지의 폭염 기간 동안 예년 같은 기간보다 5764명(36.2%)이 더 많은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폭염이 절정이었던 6월 22일부터 28일까지의 일주일 동안에는 자택 사망자가 전주 대비 91%나 급증해, 폭염이 심할수록 자택이 위험해진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
일본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닷새 연속으로 40도 이상의 기온을 기록한 일본에서는 폭염 절정기 한 주 동안에만 1만8591명의 온열질환 구급 이송자가 발생했다. 놀랍게도 이 중 발생 장소 1위가 작업장이나 길가가 아닌 자택으로 전체의 40.9%를 차지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도쿄 내 온열질환 사망자 35명에 대한 경위 조사 결과로, 이 중 74%(26명)가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거나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는 자택 내 냉방 기기의 부재 또는 미작동이 극한 폭염 상황에서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프랑스와 일본 정부는 자택에 고립된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냉방 대피시설을 확대 지정하고, 우체국 집배원과 이웃을 통해 독거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는 '집에 고립된 사람을 찾아가는 보호' 체계를 강화했다. 이는 요양시설보다 자택에 고립된 취약계층 보호가 더 어렵다는 교훈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본 정부도 야간을 포함해 에어컨을 적절히 사용할 것을 당부하고, 전국 1255개 기초자치단체에 냉방 쉼터를 지정해 극한 폭염에 대비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사례들은 자택 내 온열질환 예방이 단순히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공중보건 문제임을 시사한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교훈을 받아들여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더위가 심할 때는 냉방기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밤낮으로 실내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해주시고, 냉방이 여의찮을 경우에는 가까운 무더위쉼터의 위치와 운영시간을 미리 확인해 폭염 시 적극 이용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는 단순한 당부를 넘어 자택 내 온열질환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향후 극한 폭염 상황에서 자택이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고령층, 저소득층, 독거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보호 대책과 냉방 시설 확대, 에어컨 설치 지원 등 구체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