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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감독 선임부터 국고보조금까지…국회 청문회서 구조적 문제 집중 검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정몽규 전 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을 증인으로 소환한 청문회에서 고대 카르텔 의혹, 77억원 국고보조금 사업의 투명성 문제, 감독 선임 과정의 공정성 등을 집중 검증했다. 불출석 증인과 참고인들에 대해서는 추후 국정감사 등을 통해 다시 소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30일 대한축구협회의 운영 전반을 점검하는 청문회를 개최했다. 정몽규 전 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이 증인으로 출석해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에 대해 국민과 축구 팬들을 향해 사과했다. 그러나 양측은 협회 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항변하며 청문회의 초점이 성적 부진 책임에서 구조적 문제 검증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재정 문체위원장은 "대표팀의 성적 부진만을 따지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며 "축구 거버넌스 전반에 대한 지혜를 모색하는 자리"라고 청문회의 의의를 강조했다.

정몽규 전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재임 기간에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최대한 노력했지만 일련의 논란과 북중미 월드컵의 미흡한 결과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원들의 질의가 본격화되자 협회 운영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 반박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현대 축구협회', '고대 카르텔'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라며 "회장도, 감독도 고대 출신이 아니면 협회에 발도 못 딛는다는 그 말이 왜 나오나"라고 질의하자, 정 전 회장은 "제가 임명한 남자 대표팀 감독 25명 중 고대 출신은 1명이고, 여자 대표팀 감독 20여 명 중 고대 출신은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그렇게 이미지가 바뀐 데 대해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협회의 신뢰도 하락을 인정했다.

국고보조금 77억원이 투입된 천안 코리아 풋볼 파크 미니 스타디움 건립 사업도 의원들의 집중 질의 대상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국고보조금 77억원이 투입된 사업에 협회는 임원실이나 회장실 같은 사무 공간이 없는 도면을 제시했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특정한 종목 단체의 사무실을 짓는 데 국비를 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건축 허가 당시에는 회장실, 전무실, 임원실, 비서실 등을 건립하는 것으로 허가받았다"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사업계획서상 도면과 건축허가를 받을 때의 도면은 구조도, 용도도 다르다"며 사업 추진 과정의 투명성 부족을 강하게 질타했다.

홍명보 전 감독의 선임 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2024년 홍 전 감독 선임 당시 이임생 전 협회 기술총괄이사가 밤 11시에 빵집에서 비공식적으로 면담을 진행한 후 별도의 면접이나 발표 없이 감독으로 선임된 점을 문제 삼았다. 배 의원은 "감독 추천 권한이 없던 이사가 진행한 비공식 면접으로 감독이 될 수 있다는 데 후배나 축구 관계자들 보기에 부끄럽다는 생각은 안 했나"라고 질의했다. 홍 전 감독은 "저한테 (감독) 제안이 왔을 때 정상적 절차를 거쳤다고 생각했다"며 "어떤 특혜나 이익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으나, 의원들의 비판은 절차의 투명성 부족에 집중됐다.

정몽규 전 회장의 국제축구계 직책 유지 문제도 논쟁이 됐다.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은 정 전 회장이 협회 회장직에서는 물러났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상업·마케팅 자문위원회 부위원장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 및 회원협회 위원회 부위원장 등 주요 국제 직책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정 의원은 "정 전 회장이 국제 무대에 남는 것이 한국 축구 외교의 자산인지, 미완의 퇴장인지도 말끔히 정리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 전 회장은 "협회 회장을 사퇴한 마당에 자리에 연연할 일은 없다"며 "새롭게 회장이 뽑히고 집행부가 구성되면 결정에 따르겠다"고 답변했다.

이번 청문회에는 총 15명의 증인이 채택됐으나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와 박항서 전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참고인 13명 중에서도 박지성 K-축구 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 이영표·박주호 위원 등 4명이 불출석했다. 이재정 위원장은 "청문회 자리를 외면했다고 해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향후 국정감사 등을 통해 불출석자들을 다시 소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청문회는 경기장 안의 성적 부진을 넘어 협회의 의사결정 구조, 행정 시스템,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까지 한국 축구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전방위적으로 검증하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