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 종가 쏠림 해소…운용사·증권사 리밸런싱 시간대 분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종가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가 리밸런싱 거래를 시간대별로 분산하기로 합의했다. 금융당국도 기본예탁금 상향과 개인별 투자 한도 도입 등 추가 규제를 시행하며 시장 안정화에 나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 증시 수급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금융당국의 규제에 발맞춰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이 시장 안정을 위한 자체 개선안을 내놨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운용하는 8개 운용사 대표와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하는 증권사 담당 임원들이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이번 조치는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함께 업계의 자율적 노력이 결합된 형태로, 시장 안정화를 위한 종합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핵심적인 개선책은 리밸런싱 거래의 시간대 분산이다. 레버리지 ETF 운용사들은 그동안 오후 3시에서 3시 30분 사이에 집중되던 리밸런싱 거래를 장중 여러 시간대로 나누어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3시~3시 30분에 진행하던 리밸런싱의 50%를 유지하되, 나머지 50%를 3시 이전이나 장 마감 이후에 분산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레버리지 ETF는 일일 등락률의 2배를 추적해야 하는 상품 특성상 종가가 확정되기 직전에 거래하는 것이 운용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했으나, 이 때문에 동시다발적으로 거래가 몰려 증시 수급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었다. 운용사들은 가급적 장중에 리밸런싱을 완료할 계획이지만, 부득이한 경우 장 후 거래인 넥스트레이드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LP 역할을 하는 증권사들은 거래량 축소와 괴리율 관리라는 이중 책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ETF 시장에서 LP는 ETF의 가격이 순자산가치에서 벗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하는 기관투자자를 의미한다. 레버리지 ETF 거래량이 증가하면 LP들은 현물시장에서 기초자산인 본주를 매매하며 헤지 거래를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본주 수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LP들은 앞으로 거래량을 줄이면서도 동시에 괴리율을 관리해야 하는 상충되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괴리율을 맞추라는 지시 외에는 모두 상품성을 낮추라는 지시"라고 해석하며,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직접 상장폐지하지 않으면서도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도 추가 규제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개인별 투자 한도 도입 방안을 발표했으며, 각 증권사가 계좌별 한도를 자율적으로 설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자산의 대부분을 해당 상품에 집중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제한하려는 조치다. 또한 31일부터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기본예탁금이 기존 1000만원(주식, 채권, ETF 포함)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대폭 상향된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낮추려는 정책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투자 총량규제 등 추가 대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이번 조치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를 통해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상장폐지가 아닌 자연사를 시켜야 한다. 운용사, LP, 약간의 제도상 도움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강제적 규제보다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자연스러운 퇴출을 추구하는 당국의 정책 기조를 반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업계 실무자들은 이번 조치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LP의 거래량 축소와 괴리율 관리라는 목표가 상충될 수 있으며, 리밸런싱 분산이 실제로 수급 안정화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향후 이들 조치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이 실제로 축소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