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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선거법 1심 판결, 이재명 판례 5번 인용해 유죄 근거 삼아

서울중앙지법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문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원 판결을 5번 인용해 유죄의 근거로 삼았다. 다만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무죄 판례는 윤 전 대통령 사건에 적용할 수 없다고 배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판결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원 판결을 유죄의 법적 근거로 적극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순표)는 윤 전 대통령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판결문에서 지난해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을 무려 5번이나 인용했다. 이는 이 대통령을 유죄로 본 대법원의 법리가 그대로 윤 전 대통령의 사건에도 적용됐다는 의미로, 전현직 대통령이 모두 유죄 판단을 받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대통령 사건에서 제시한 법리는 표현의 허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한 것이다. 당시 전원합의체는 어떤 표현이 공직선거법상 금지되는 허위사실 공표인지 따지려면 전체적인 취지와 객관적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 의미, 문구의 연결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반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법리를 밝혔다. 즉, 개별 발언을 치밀하게 분석하거나 추론하기보다는 발언의 상황과 맥락에 기초해 선거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발언의 허위 여부를 판단할 때는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법리는 이 대통령의 2020년 7월 대법원 판결에 이르는 과정에서 형성되었다. 이 대통령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TV 토론회에서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는데, 1심과 2심에서는 이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2심에서 이 발언이 상대방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며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인정하면서 후보자 등이 토론회에 참가해 질문·답변하거나 주장·반론하는 것은 토론 주제나 맥락과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허위 사실을 알리려고 적극 표명하지 않은 이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판례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이 판례의 법리가 공직선거 후보자 등이 토론회의 토론 과정 중에 한 발언에 관한 것이라며, 토론회가 참여 기회, 발언 순서, 발언 시간 등이 정해져 후보자 간 균형이 보장되고 제한된 시간에 공방이 즉흥적으로 계속 이뤄지는 특수한 상황을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의 허위사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변호사 관련 발언이 이뤄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는 명칭이 토론회이긴 하지만 윤 전 대통령만 후보자로 초청됐고 패널 질의에 답하는 형식이었으며, 건진법사 관련 발언이 이뤄진 인터뷰는 애초에 후보자 토론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유죄로 판정된 윤 전 대통령의 두 발언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첫째는 2021년 12월 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출신인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이 없다고 한 발언이고, 둘째는 2022년 1월 17일 불교리더스포럼 출범식 인터뷰에서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당 관계자로부터 소개받았고 김건희 여사와 그를 함께 만난 적은 없다고 한 발언이다. 재판부는 이 발언들이 이 대통령이 제시한 법리에 따라 일반 선거인의 입장에서 볼 때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시 후보를 낸 국민의힘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선거비용 약 397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 단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1심이 이 대통령의 판례를 유죄의 근거로 삼으면서도 동시에 그 판례를 윤 전 대통령 사건에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논리에 대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두 전 대통령의 사건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동시에 유죄 판정을 받게 될 경우 한국 정치사에서 전례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