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철학을 담은 전시 '온 세상 만들기의 비밀'
한국과 핀란드 디자이너로 구성된 콤파니가 서울 피크닉에서 선보이는 전시 '온 세상 만들기의 비밀을 찾아서'는 전 세계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철학을 보여준다. 드로잉부터 완성된 제품, 그리고 소비까지 물건의 전 생애 과정을 전시하며 환경과 인간관계를 고려한 새로운 창작 생태계를 제시한다.

서울 남산 자락에 위치한 전시공간 '피크닉'에서 펼쳐지는 디자인 스튜디오 콤파니의 전시 '온 세상 만들기의 비밀을 찾아서'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 출신 디자이너 아무 송과 핀란드 디자이너 요한 올린이 이끄는 콤파니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단순한 제품 전시를 넘어 물건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제시하고 있다. 전시는 건물의 각 층을 오르며 진행되는 구성으로, 마치 산자락을 타고 오르는 여행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 디자이너 린다 베르그로스가 설계한 기찻길처럼 구불구불한 동선은 물건들의 생애가 펼쳐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도록 이끈다.
전시의 첫 층에서는 손으로 만들어 그린 지구본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드리워진 세계지도 가림막을 지나면 세계의 장인들을 찾아 나서는 탐험이 시작된다. 핀란드, 러시아, 인도, 일본, 멕시코, 페루 등 전 세계 곳곳의 장인 공동체들과의 협업 과정이 소개되는 공간이다. 이는 콤파니가 단순히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창작 생태계와 장인정신을 존중하며 협력한다는 철학을 보여준다. 각 지역의 문화와 전통 기술이 어떻게 현대 디자인과 만나는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이 공간은 글로벌 협업의 의미를 재정의하게 만든다.
다음 층에서는 드로잉이라는 언어가 중심이 된다. 손으로 그린 그림들은 언어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의 장인들과 소통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콤파니의 디자이너들이 건네는 드로잉은 악보와 같아서, 세계의 장인들이 이를 받아 자신들의 기술과 감성으로 재해석한다. 이러한 존중과 이해, 애정을 바탕으로 한 협업 과정은 단순한 상업적 거래를 넘어 문화적 교감의 형태를 보여준다. 드로잉을 통한 이러한 소통 방식은 '온 세상 만들기의 비밀'이 무엇인지를 암시하는 핵심 요소로 작동한다.
3층에서는 드로잉이 실제 물건으로 변환되는 과정이 전시된다. 디자이너의 스케치가 세계 장인의 손길을 거쳐 완성된 제품들은 각각의 문화와 기술이 담긴 고유한 생명력을 갖춘다. 4층의 멕시코 시장 설치 미술은 이렇게 만들어진 물건들이 사람을 만나는 과정을 표현한다. 흥겨운 시장 분위기 속에서 문화는 섞이고, 물건과 사람의 만남은 축제의 폭죽처럼 터져 나간다. 이는 물건의 생애가 완성되는 순간, 즉 누군가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의미를 강조한다.
전시의 절정은 옥상에서 펼쳐진다. 파란 하늘과 남산타워가 보이는 옥상에는 하얀 가방과 보자기를 잔뜩 짊어진 거대한 인물 인형이 세워져 있고, 그 주위로 손을 날개처럼 퍼덕이는 사람들과 새들의 모빌이 날아오른다. '휴먼 버드'라는 제목의 이 설치 미술 작품은 물건의 순환적 생애를 시각화한다. 자연과 환경을 헤아려 사랑으로 만들고, 공정한 대가를 치르며, 끝까지 써서 마지막을 함께하는 것. 이것이 콤파니가 제시하는 지속 가능한 물건 만들기의 철학이다.
현대 소비사회에서 대량생산된 물건들은 종종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잊은 채 환경을 해치며 생산되고 쉽게 버려진다. 이 전시는 그러한 관행에 대한 명확한 대안을 제시한다. 콤파니의 실천은 지역의 창작 생태에 조응하며, 물건에 담긴 정성과 마음이 누군가의 삶에 깃들도록 한다. 전시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단순한 아름다운 제품이 아니라, 물건과 인간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이 전시는 모든 어른과 어린이가 한 생애를 기쁘게 살아갈 물건들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도록 초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