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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노소영 9년 법정 분쟁 마무리…9440억원 재산분할 판결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9년 이혼소송이 최 회장이 9440억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1988년 청와대에서 결혼한 재벌가 총수와 전직 대통령 딸의 혼인관계는 2015년 공개 편지로 파국이 알려졌고, 국내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액이 걸린 '세기의 이혼소송'으로 불리며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이 9년의 긴 법적 싸움을 마무리했다.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는 24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원과 판결 확정일부터 상환일까지 5%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로써 재벌가 총수와 전직 대통령 딸의 혼인 관계를 둘러싼 법적 다툼은 사실상 종료 수순에 접어들었다. 이 사건은 국내 이혼소송 중 가장 큰 규모의 재산분할액이 걸린 사건으로 기록되며, 부부 간 재산분할과 위자료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했다.

두 사람의 불화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5년 12월이었다. 최태원 회장은 당시 세계일보에 공개 편지를 보내 노 관장과의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고백했다. '기업인 최태원이 아닌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 합니다'로 시작하는 편지에서 그는 2005년 무렵부터 부인과의 관계가 악화됐으며, 혼외로 낳은 아이와 아이의 어머니(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를 책임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 회장은 편지에서 '성격 차이 때문에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며 '오랜 시간 별거 중'이라고 적었다. 1988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화촉을 밝혔던 재벌가 아들과 대통령 딸의 결합은 이렇게 공개적인 파국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2017년 7월 최 회장이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정식 소송이 시작됐다. 노 관장이 이혼을 거부하며 조정이 불발된 후 사건은 본격적인 이혼소송으로 진행됐고, 2019년 노 관장은 반소를 내며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식 약 1297만5472주의 절반가량을 재산분할로 요구했다. 1심 판결은 2022년 12월 두 사람의 이혼을 인정하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이에 불복한 노 관장은 항소심에서 '외부에 드러난 바로 5조원 가까이 되는 남편 재산에서 분할받은 비율이 1.2%가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항소심은 1심 판결을 완전히 뒤집어 최 회장에게 매우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며, 최 회장이 혼인관계 존속 중에도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고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질타했다. 재판부는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하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1심 대비 약 20배 늘어난 재산분할액은 국내 이혼소송 역사에서 전례 없는 규모였고, 이 사건은 '세기의 이혼소송'으로 불리며 대법원으로 향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2심의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논란이 있던 300억원이 불법자금이므로 이혼 재산분할의 기여도 산정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혼과 위자료 20억원은 확정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SK주식을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시키고 재산분할 비율을 노 관장 3분의 1, 최 회장 3분의 2로 정했다. 노 관장 몫 주식 중 부족한 부분은 최 회장이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했으며, 이번 판결에서 최종 재산분할액이 9440억원으로 확정됐다.

9년에 걸친 이 소송에서 주목할 점은 두 사람이 법정에서 대면한 횟수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소송 제기 후 2018년 1월 조정기일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2024년 3월 항소심 변론에서 6년 만에 법정 대면했고, 지난달 진행된 파기환송심에서도 두 차례 만났다. 총 5차례 정도의 법정 대면만 이루어진 것이다. 이는 양측 대리인들이 주로 소송을 진행했으며, 두 사람 사이의 감정적 거리가 얼마나 멀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사건은 재산분할 기준, 혼외관계에 대한 법적 책임, 그리고 부부 간 신뢰 파괴에 대한 손해배상 등 가족법의 여러 쟁점을 다루며 향후 유사 사건의 판례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