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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 이혼소송 9년 만에 9천440억 재산분할 판결

최태원 SK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이 9년 만에 서울고등법원에서 9천440억원 판결로 일단락됐다. 같은 사건의 1심·2심·파기환송심 판결이 665억원·1조3천808억원·9천440억원으로 최대 20배 차이를 보였으며, 최 회장의 재상고 가능성으로 후속 분쟁이 남아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이 9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일단락되었다.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는 24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으로 9천44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최 회장이 보유한 2조억원대 SK 주식을 포함한 3조원 규모의 부부 공동재산 중 33.33%에 해당하는 액수다. 법원은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하면서 혼인 중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했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불법 자금이므로 재산분할 산정에서 제외했다.

이번 판결은 한국 이혼 소송 역사상 가장 높은 액수의 재산분할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놀라운 점은 같은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별로 판단한 재산분할금이 극명하게 달랐다는 것이다. 1심에서는 665억원, 2심에서는 1조3천808억원, 그리고 이번 파기환송심에서는 9천440억원으로 최대 20배가량의 차이가 발생했다. 이러한 변동은 SK 주식의 재산분할 대상 여부와 그 가액 산정 기준을 두고 법원들이 상이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가장 높았던 2심 판결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 성장에 기여했다고 판단해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포함했지만,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이 논리는 무너졌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9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결혼식을 올린 후 36년간의 결혼 생활을 유지해왔다. 두 사람은 미국 시카고대에서 유학 중 만났으며, 슬하에 세 자녀를 뒀다. 그러나 결혼 생활 중 여러 차례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1990년 선경그룹이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되자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되었고, 1994년에는 두 사람이 외화 밀반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기도 했다. 이후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다시 한번 수사선상에 올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혼 절차는 2015년 12월 최 회장이 일간지에 보낸 편지로 세상에 알려졌다. A4 용지 3장 분량의 편지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과 십년 이상 깊은 골을 두고 지내왔으며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당시 편지에서 다른 여성과 딸을 낳았다고 고백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본격적인 이혼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초기에 노 관장은 이혼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2019년 12월 반소를 제기하면서 입장을 바꿨다. 당시 노 관장은 페이스북에 "이제는 남편이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올렸다.

1심 재판부는 2018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약 4년 5개월간 심리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SK 주식을 최 회장의 특유 재산으로 보고 위자료 1억원과 현금 재산분할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2024년 5월 단 2개월여의 심리 끝에 판결을 뒤집었다. SK 그룹의 성장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고 판단해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액 1조3천808억원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작년 10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불법 자금이므로 재산분할 산정에 참작할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판결 직후 최 회장 측은 판결문을 검토해 재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사건이 재차 대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남겼다. 이는 9년간의 법정 다툼이 완전히 종료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만약 재상고가 제기되면 대법원은 SK 주식의 가액 산정 기준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비율 등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은 한국 가족법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규모가 큰 재산분할 소송으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유사 사건의 판례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