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실질소득 38년 만에 최고 상승률 기록
한국 경제가 2분기 예상을 크게 웃도는 0.6%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실질 국내총소득이 38년 만에 최고 수준인 15.6% 상승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소비 회복이 성장을 견인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국 경제가 올해 2분기 예상을 크게 웃도는 성과를 거두면서 국민의 실질 구매력이 198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6%로 집계됐으며, 이는 지난 5월 한은이 제시한 전망치 0.2%보다 0.4%포인트 높은 수치다. 특히 반도체 가격 상승에 힘입어 국내총소득(GDI) 상승률이 15.6%를 기록하면서 1988년 1분기(16.4%) 이후 38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경신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인한 에너지 충격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반도체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이 경제 성장을 견인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 산업의 강한 실적이 2분기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수출은 반도체와 기계·장비를 중심으로 전 분기 대비 1.4% 증가했으며, 설비투자도 반도체 중심으로 0.2% 늘어났다. 특히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과 소프트웨어를 주축으로 한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3.3% 오르며 2012년 1분기(5.4%)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됐다. 한국은행의 이동원 경제통계2국장은 "최근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호황이 지속됐다"며 "중동전쟁으로 생산 활동과 고용에는 부정적 영향이 있었지만 나프타 수급 안정화와 정부의 비축유 스와프 등 지원 정책, 그리고 수입 다변화 영향이 매우 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부 정책의 적절한 대응이 외부 충격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소비 부문의 회복도 눈에 띄는 성과다. 민간소비는 삼성전자 상품권 환급 행사 등으로 가전제품 등 재화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가 모두 늘어 전 분기 대비 0.4% 증가했다. 정부소비도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0.2% 늘었으며, 2분기 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내수가 0.3%포인트, 순수출(수출-수입)이 0.3%포인트씩 각각 성장을 견인했다. 이는 단순히 수출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내수까지 함께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로, 경제의 지속적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긍정적 신호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GDP는 3.7% 성장했으며, 연간 3%대 성장 가능성도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질 국내총소득의 급증은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인한 교역 조건 개선이 주요 원인이다. 실질 GDI는 생산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반도체의 국제 가격이 올라가면서 같은 양의 반도체를 수출해도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 100원짜리 수출품을 100개 생산해서 소득이 발생했다면, 지금은 똑같은 품목을 100개 생산해도 가격이 200원이 돼서 소득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이러한 호재는 국민의 실질 구매력 증대로 이어져 소비 증가와 내수 활성화를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소득 개선이 아주 강하게 계속 현실화한다면 물가 상승 압력에 유의해야 한다"며 실질 GDI 성장률 추이를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8월 연속 인상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iM증권의 김명실 연구원은 "실질 GDI가 전 분기 대비 3.6% 증가하며 GDP 성장률을 크게 상회한 점은 반도체 호황이 국민소득 증가와 내수 회복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8월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KB증권의 임재균 연구원은 "7월 소비자 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보이면 연속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에너지 가격 하락 등을 고려하면 8월 연속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물가 동향과 경제 지표의 추이에 따라 금융통화위원회의 정책 결정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