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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누더기 규제 벗고 대출·세제·공급 정책 전면 개편 추진

정부가 23일 국민 대토론회를 열어 수십 년간 누적된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직면했다. 서울 주택 시가총액이 1년간 15.9% 증가한 가운데, 정부는 대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전환하고 보유세를 강화하며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부동산 정책을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정부가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통해 수십 년간 누적된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들을 직면했다. 예정된 100분을 훨씬 넘어 193분간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는 집주인, 무주택자, 대학생, 신혼부부, 공인중개사 등 부동산 시장의 다양한 참가자들과 전문가들이 참석해 주택 대출, 세금, 공급 관련 불만과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반복된 정책 변화로 인한 시장 혼선과 국민의 누적된 불만이 수면 위로 떠올랐으며, 근본적인 정책 전환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주택 시가총액은 1년 새 15.9% 증가한 2894조 원에 달했으며, 수도권이 전국 주택 시가총액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수도권 집중 현상 속에서 집값이 단기에 급등하면서 주택 구매자들의 대출 의존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대출 한도를 제한하자 시장 참가자들로부터 "규제를 풀어 달라"는 불만이 분출했으며, 이날 토론회에 사전 접수된 청원의 대다수가 대출 관련 내용이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2017년 이후 30차례에 달하는 대출 규제가 시행되었고, 정부가 대출을 묶었다 푸는 과정이 거의 10년 가까이 반복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보유세 강화의 필요성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며 단계적 세제 개편 방안을 제안했다. 1주택을 기준으로 보유세 기준을 설정하되, 실거주 여부, 서민·중산층 여부, 지방 거주 여부 등에 따라 세금을 깎아주거나 초고가 주택, 다주택, 투기용 주택에는 더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의 차등 구조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과거 정부들이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과 세제라는 두 개의 큰 수단을 휘둘렀던 경험이 있어, 시장에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녹슨 칼이 나온다면 시장을 정상화하기 어렵다"거나 "세입자에게 세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실제로 과거의 '두더지 잡기식 과세'가 반복되면서 부동산 세제에 대한 혼란과 불신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 문제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정책 체계 개편이 필수적이다. 먼저 투기 목적의 대출을 솎아내고, 청년, 신혼부부 등 실제 거주 목적의 수요자와 상환 능력을 중심으로 대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주택 취득, 보유, 양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 부담의 총량을 고려하여 투기는 억제하면서도 거래는 활성화하는 시장 친화적 부동산 세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 전환은 수십 년간 누적된 규제의 누더기를 벗겨내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주택 공급 부족이다. 이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수도권을 돌아볼 생각"이라고 할 정도로 주택을 지을 땅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한 팀이 되어 국민이 신뢰하고 기다릴 만한 구체적인 주택 공급 로드맵과 이행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출 규제와 세제 개편만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충분한 주택 공급이 뒷받침되어야만 정책의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다. 결국 정부는 누적된 부동산 정책의 곪은 상처를 도려내고 대출, 세금, 공급 정책의 전면적인 새판을 짜야 한다는 점이 이번 대토론회의 핵심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