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폭동 기록한 다큐감독, 헌재서 기본권 침해 본안 심리
서부지법 폭동 당시 현장을 기록하려다 유죄 판결을 받은 다큐멘터리 감독 정윤석씨의 재판소원 사건을 헌법재판소가 정식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예술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 침해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카메라에 담으려다 유죄 판결을 받은 다큐멘터리 감독이 헌법재판소의 정식 심리 대상이 됐다. 헌법재판소는 21일 정윤석 감독이 청구한 재판소원 사건을 사전심사를 거쳐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현장 기록이라는 예술·언론 활동이 법원의 건조물침입죄로 처벌받는 것이 정당한지를 헌법적 관점에서 심판하겠다는 의미다. 피청구인은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서부지법 등 세 곳의 법원이다.
정 감독은 20년 경력의 다큐멘터리 영상작가로, 지난해 1월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 당시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법원 경내로 진입했다.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하는 지지자들이 법원 정문과 유리창을 파괴하고 시설물을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폭력 사태 가담자 62명을 특수건조물침입과 특수감금 등의 혐의로 기소했으며, 정 감독도 특수건조물침입죄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날 법원 건물 안으로 들어간 JTBC 취재진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별적 처우가 이번 헌법소원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1심과 2심 법원은 정 감독에게 특수건조물침입죄만을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정 감독이 다큐 촬영 목적으로 진입했다는 점과 폭력 사태 가담자들과 떨어져 촬영만 했다는 점을 인정했으나,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위법성을 조각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논리는 경찰이 법원 진입을 막고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진입했으며, 서부지법 직원들 입장에서는 정 감독과 다른 피고인들의 진입 의도를 구분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대법원도 지난 4월 이러한 원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는 설령 기록 목적이라도 경찰의 제지를 무시하고 진입한 행위 자체는 위법이라는 입장을 보여준 것이다.
정 감독은 대법원 선고 직후 재판소원을 제기하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절차적 문제, 법원의 이기주의, 관료적 행정주의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정 감독의 주요 주장은 법원이 언론기관에 의한 기록행위와 예술인에 의한 기록행위를 차별적으로 취급했다는 것이다. 또한 폭력을 목적으로 한 침입행위와 현장을 기록하기 위한 진입행위를 동일하게 평가한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JTBC 취재진과의 차별적 처우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정 감독의 행위에 대해 "예술행위의 일환이자 공적 관심사와 사회적 중대 사안에 대한 공적 기록이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고 평가했다. 이어 "결국 헌법상 예술의 자유 및 언론·출판의 자유, 저널리즘에 이 사건 행위가 해당하는지와 기본권 보호 범위와 그 한계가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헌재가 이 사건을 단순한 건조물침입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 보호 범위를 둘러싼 헌법적 쟁점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원재판부 회부는 사건의 중요성과 난제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같은 날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과 관련된 또 다른 재판소원 사건도 전원재판부에 부쳤다. 이 사건은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당사자가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 연장을 신청했으나 항소심 법원이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항소를 각하한 사건이다. 청구인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현장 불허가 결정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해 본안심리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이후 헌재에 접수된 재판소원은 총 1581건이며, 이 중 전원재판부에 올라간 사건은 15건에 불과하다. 정 감독의 사건이 전원재판부로 회부된 것은 헌법적 의의가 있는 사건으로 평가받았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