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인천물류센터 화재 사흘째…구조 복잡·가연물 대량 진화 난항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사흘째 이어지면서 복잡한 메자닌 구조, 대량의 가연물, 높은 층고 등으로 인해 진화가 어려운 상황이 드러났다. 정부가 2024년부터 강화된 안전기준을 시행 중이지만 이전 준공 물류센터들은 기준 적용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인천 서해구 쿠팡 제32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가 사흘째 이어지면서 초대형 물류창고의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6시 54분 6층에서 시작된 불은 20일까지 계속 타오르고 있으며, 소방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유지한 채 장비 231대와 소방관 등 812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화재가 장시간 이어지는 것은 물류창고의 특수한 구조와 보관 물품의 특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천 서부소방서장은 "건물 내부에 생활용품 등 가연물이 대량 적재돼 있고, 극심한 열 축적과 복잡한 내부 구조로 인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물류센터 내부 구조의 복잡성이 초기 진압을 크게 어렵게 하고 있다. 이번 화재의 발화 지점인 6층은 '메자닌 구조'라는 특수한 방식으로 지어졌는데, 이는 한 층에 적층식 랙을 활용해 중간층을 만들어 복층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건물 도면만으로는 내부 배치를 파악하기 어렵고, 구조물이 무너질 위험이 있어 소방대원들의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 더욱 심각한 것은 5층에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는 물류 로봇 수백 대가 보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소방당국은 이들 배터리의 총량이 전기차 20대 분량에 해당한다고 확인했으며, 만약 연소가 이 층으로 확대되면 건물 전체로 급격히 번질 수 있어 고가차 등 특수 소방차 31대를 건물 각 방면에 배치해 화세를 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물류창고에 보관된 생활용품의 대량 축적이 화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창고에 겹겹이 쌓인 생활용품은 한 번 불이 붙으면 불이 계속 타는 '심부 화재'로 이어진다. 동의대 소방행정학과 류상일 교수는 "불에 타기 쉬운 위험물은 적재 규정이 갖춰져 있지만 가연성 생활용품과 관련된 규정은 미비하다"며 "생활용품은 스스로 발화하기보다 불이 붙어야 화재가 발생한다는 인식 때문인데, 대량으로 비치한 물류센터가 늘어나는 만큼 관련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이영주 교수는 물류창고의 건축 특성상 창문이나 개구부가 많지 않아 열과 연기가 내부에 계속 축적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살수차와 소방헬기 등을 동원해 아무리 물을 뿌려도 진화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높은 층고와 창문 부재가 화재 피해를 키우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화재의 발화 지점인 6층은 축구장 면적 4배 규모인 2만8000㎡에 달하며 층고도 높기 때문에 소화용수를 뿌리는 효과가 크지 않다. 류 교수는 "일반적으로 스프링클러는 연기를 감지해 물을 뿌리는 방식인데, 층고가 높으면 연기가 도달하는 시간이 그만큼 늦어지고, 화재 규모 역시 커져 진화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물류창고는 비용 절감과 직사광선 차단을 위해 창문을 만들지 않는 곳이 많은데, 이 경우 초기에 외부에서 물을 뿌리기 어려운 만큼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지난 2021년 6월 발생한 이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는 발생 후 약 55시간이 지나서야 초진에 성공한 사례로, 물류센터 화재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정부는 물류창고 화재의 빈발에 따라 2024년부터 강화된 창고시설 화재안전기준을 시행 중이다. 강화된 기준은 방수량이 많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랙식 창고는 높이 3m 이하마다 스프링클러 헤드를 추가 설치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새로운 안전기준 시행 이전에 준공된 물류센터들이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쿠팡 인천 물류센터는 2020년에 건축허가를 받아 강화된 안전기준의 적용 대상이 아니며, 일반 건축물과 비슷한 수준의 스프링클러 기준만 적용됐다. 소방당국은 화재 진압 과정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것은 확인했지만, 적정한 시기에 작동했는지 여부는 완전 진화 후 합동 감식을 통해 밝혀낼 예정이다.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기존 물류창고의 전기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아크 차단기 설치를 확대하고 콘센트 화재를 막기 위한 소화 패치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근 주민 169명이 임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으며, 유독가스 노출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