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인천 물류센터 화재 사흘째…대형화된 물류센터의 구조적 위험성 드러나
쿠팡 인천 물류센터 화재가 사흘째 계속되면서 대형 물류센터의 고밀도 랙과 메자닌 구조 같은 구조적 취약성이 심각한 문제로 드러났다. 리튬배터리 로봇 수백대로 인한 화재 확산 위험과 소방용수 침투 어려움이 진화를 어렵게 하고 있으며, 국토부와 물류업계가 안전관리 기준 개선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쿠팡 인천 물류센터 화재가 50시간을 넘어 사흘째 계속되면서 대형 첨단 물류센터의 구조적 취약성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물류업계 전반의 안전관리 기준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물류업계와 긴급회의를 열고 대형 물류센터의 안전성 점검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인천 서부소방서 등 소방당국에 따르면, 쿠팡 인천32물류센터 한 개동의 불길은 상당 부분 진압됐지만 다른 동으로 불이 옮겨가면서 여전히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화재 현장에서 가장 큰 우려는 5층에 위치한 리튬배터리 로봇 수백대다. 허석경 인천 서부소방서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는 물류창고용 로봇 수백대가 있으며, 여기로 불이 확산하면 건물 전체로 연소가 급격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로봇들에 장착된 배터리는 전기차 20대 분량에 해당하는 규모로, 화재 진압의 최대 난제가 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센터는 지난해 운영을 시작한 총면적 약 29만9000㎡, 지상 8층 규모의 상온 물류 거점이다. 쿠팡은 2021년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원격 소방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안전 투자를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화재가 발생했다. 유통·물류업계는 이번 사건의 핵심 원인으로 대형 물류센터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했다. 이커머스 기업들이 물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하나의 건물에 대량의 상품을 보관하는 초대형 물류센터를 확대하면서, 단일 건물에 수십만㎡ 규모의 적재 공간이 집중되는 위험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상품을 셀 단위로 나눈 고밀도 랙(rack)과 복층 형태인 메자닌 구조를 화재 장기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이러한 구조는 제한된 공간 내에서 적재 효율을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지만, 화재 발생 시 소방용수가 내부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는 심각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자닌 구조에서 하층부에서 불이 시작되면 상부 스프링클러의 차단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열기 때문에 고층 랙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면 내부 진입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도 이날 물류업계와 긴급회의를 열고 메자닌 구조의 안전성 점검과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커머스의 대형 물류센터가 다양한 상품을 한 건물에 집중 보관하는 만큼,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 규모가 매우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 확대에 따라 물류센터가 계속 대형화되고 물동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전관리 기준도 이에 맞춰 고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로봇과 자동화 설비가 늘어나는 물류센터의 첨단화도 화재 취약성을 재점검해야 하는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물류센터의 화재 위험성은 늘 존재하는 문제"라며 "쿠팡 화재사고 이후 현장 점검과 예방 정비를 강화하라는 지침을 전국 물류센터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한편 쿠팡은 화재 영향권에 있던 주문 건에 대해 취소 안내를 진행하고 있으며, 불편을 겪은 고객에게는 쿠팡캐시 5000원을 적립해주는 보상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고양시 등 인근 물류센터에서 물량을 백업해 로켓배송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만 화재 발생 센터에서 전담 배송한 일부 품목은 배송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