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한국공항공사 통합 논의 사실상 중단…대통령 업무보고서 제외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등 공항 운영기관 통합 논의가 대통령 업무보고서에서 제외되면서 사실상 중단되었다. 인천지역의 강한 반발과 재무 불균형, 전문가들의 효율성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을 통합하려던 공항 운영기관 통합 논의가 사실상 중단 수순에 들어섰다.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관련 내용이 빠지고 인천지역의 반발도 이어지면서 통합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는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되던 정책이 추진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공항 운영기관 통합안은 지난 16일 대통령에게 보고된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지난 1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 대한 사전 브리핑에서 공항 운영기관 통합이 이번 업무보고에 포함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포함돼 있지 않고, 진행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 업무보고는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와 주요 정책을 보고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공항 운영기관 통합이 제외된 것은 사실상 논의가 중단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공항 운영기관 통합을 검토 중인 재정경제부도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당분간 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천지역의 반대 여론도 통합 논의 중단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찬대 인천시장은 지난 16일 대통령이 참석한 인천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인천공항의 통합과 관련한 논의는 정부에서 하지 않기로 했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 1일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유라시아 지역회의에서 당시 대통령실로부터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통합 논의가 다음 날 국무회의 안건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는 정부가 인천지역의 민감한 우려를 반영하여 통합 논의를 보류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공항 운영기관 통합을 둘러싼 노조 간 입장도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노조는 "허브공항 중심 정책으로 인천공항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지방공항은 구조적 한계가 심화됐다"며 공항 운영기관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는 "정책 실패로 발생한 지방공항 적자와 신공항 건설 부담을 인천공항에 떠넘기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노조 간 입장 차이는 통합이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크게 얽힌 복잡한 사안임을 보여준다.
재무적으로 보면 통합의 부담이 매우 불균형하게 분포되어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매출 2조9684억원, 영업이익 8667억원, 순이익 6944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흑자를 냈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는 매출 9768억원에도 불구하고 55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약 10조7000억원이 투입되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까지 더해지면서, 통합 시 재무 부담이 인천공항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경영 실적이 우수한 인천공항이 적자 운영 중인 다른 공항들의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 구조적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요 검증 없이 추진된 공항 운영 주체만 통합할 경우 구조적 문제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공항 운영 전문가는 "통합은 국가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공항 개발 종합계획상 안에서 가덕도 등 여러 곳에서 공항들을 짓고 있는데다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운영 주체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지만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를 통합하는 방향은 상당히 비효율이 많다"며 "실제 국가적으로는 인천공항의 역할 측면에서 볼 때 지방공항과 통합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통합 논의가 단순히 정치적 반발로만 중단된 것이 아니라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에서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