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에너지 타격으로 러시아 농민 '이중 위기'...곡물 수출 차질
우크라이나의 정유소 타격으로 인한 연료 부족과 아조프 해 해상 충돌 심화로 러시아 농민들이 곡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 농업 부문의 재정 압박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곡물 공급 차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지역의 농장주 블라디미르 페도르첸코와 그의 아내 류보프는 올해 풍작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크라이나의 무인기 공격으로 인한 러시아 정유소 타격이 초래한 전국적 연료 위기로 트랙터와 수확기를 움직이는 디젤유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페도르첸코는 직원들이 자동차에 연료를 가득 채우기 위해 '반나절을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최대 밀 수출국 러시아 전역의 농업 부문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아조프 해에서의 군사 충돌 심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5년차에 접어든 가운데 양국은 지난 1주일간 수십 척의 선박을 상호 공격했으며, 이는 전쟁이 지상과 하늘에서 해상으로까지 확대되는 새로운 국면을 의미한다. 로스토프 지역의 주요 곡물 수출 통로인 아조프 해의 해상 운송 제한으로 페도르첸코 부부의 곡물 매입 문의가 거의 끊겼다. 류보프는 "보리도 멈췄고, 밀도 멈췄다"며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하다"고 절박함을 드러냈다. 전날 받은 밀 매입 제안은 톤당 1만 4,500루블(약 185달러)이었으나, 배송비 2,500루블을 빼면 실질 수익은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러시아 농업부 옥사나 루트 장관은 올해 수확 전망이 양호하다고 밝혔지만, 모든 지역에서 연료 부족 우려가 있음을 인정했다. 국가가 농민들에게 필요한 연료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흑해 농업 연구 컨설팅사 소브이콘의 안드레이 시조프는 로이터통신에 '아조프 해를 개방할 군사적 해결책이 없고 상황이 연말까지 지속되면, 러시아는 국제 시장에 500만~1,000만 톤의 밀을 공급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곡물 6,100만 톤 이상을 수출했는데, 이 중 밀이 4,600만 톤이었다. 이는 글로벌 식량 안보에 직결되는 문제다.
연료 가격 상승으로 농민들은 톤당 1,000루블의 손실을 입고 있으며, 아조프 해 운송 제한이 이를 두 배로 늘렸다. 시조프는 이러한 재정 압박이 농민들로 하여금 곡물 재배 면적을 더욱 줄이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2022년부터 지속되어온 추세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페도르첸코 부부는 상황이 '해마다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보프는 '지난해는 흉작과 가뭄이 모든 것을 망쳤고, 올해는 재정 상황이 문제'라며 '수확은 있지만 팔 수 없다'고 한탄했다. 현금 흐름을 계속 주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계 구입이나 장비 업그레이드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고 분쟁을 종료시키기 위해 정유소를 중심으로 러시아 내 장거리 타격을 강화해왔다. 러시아의 도시, 항만, 에너지 시스템이 러시아의 정기적 공격 대상인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 공격은 전쟁의 새로운 전술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공격은 러시아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농업 부문의 타격은 글로벌 곡물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 곡물 수출업자·생산자 연합에 따르면, 러시아의 곡물 수출은 국가 경제의 중요한 외화 벌이원이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연료 부족과 해상 운송 차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러시아 농민들은 이중 위기에 직면했고, 이는 결국 세계 식량 안보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