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연설담당자, 내부정보로 예측시장 베팅해 14억원 챙겨
트럼프 대통령의 텔레프롬프터 담당자 가브리엘 페레즈가 연설 내용을 사전에 입수해 예측시장에서 1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챙긴 혐의로 적발됐다. 미국 규제당국이 조사 중이며, 이는 백악관 직원들의 내부 정보 거래 문제가 심각함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텔레프롬프터 담당자가 백악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예측시장에서 거액을 챙긴 혐의로 적발됐다. 미국 에이비시 방송이 1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가브리엘 페레즈는 대통령 연설 내용을 사전에 입수한 후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베팅을 한 혐의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조사를 받고 있다. 페레즈가 얻은 수익은 10만 달러(약 1억 4800만 원)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그의 계좌는 동결된 상태이며, 백악관은 페레즈를 무급 휴직 처분했다.
예측시장은 스포츠 경기 결과, 물가, 날씨 등 다양한 사건의 결과를 맞추는 미국의 거래 플랫폼이다. 칼시는 이 같은 기본 시장 외에도 '멘션 시장'이라는 특수 거래 영역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는 정치인이나 기업인의 발언에 특정 단어가 포함될지 여부를 놓고 베팅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새해 국정 연설에 전쟁이라는 단어가 포함될 것인가'라는 거래가 올라오면, 일반 이용자들이 연설 내용을 예측해 돈을 거는 방식이다. 이러한 시장의 특성상 연설 내용을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은 엄청난 정보 이득을 갖게 된다.
페레즈는 2016년 대선 이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위한 텔레프롬프터를 운용해온 핵심 스태프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직전까지 보좌진들이 준비한 원고를 수정하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최종 확정 연설문을 확인하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페레즈는 이 같은 위치를 악용해 최종 연설문에 포함된 특정 단어를 파악한 후 칼시에서 베팅을 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원고에 없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으면, 페레즈가 현장에서 곧바로 베팅을 철회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얼마나 정교하게 내부 정보를 활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페레즈가 베팅한 연설에는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과 미국 명예훈장 수여식 연설 등이 포함됐다.
칼시는 자체 감시팀을 통해 페레즈의 거래에서 비정상적 징후를 감지했고, 이를 예측시장을 감독하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즉시 알렸다. 칼시는 성명을 통해 "회사 감시팀이 문제를 적발했고 현재 규제당국 조사에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0년째 손발을 맞춰온 페레즈에 대해 "나한테 '게브'라는 사람이 있는데 정말 훌륭하다"고 칭찬할 만큼 신뢰 관계를 유지했었다. 페레즈의 연봉은 17만 5000 달러(약 2억 6000만 원)로 백악관 내에서도 높은 수준이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리빗은 이 사건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솔직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표현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한 예측시장 거래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올해 초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작전에 참여했던 특수부대원이 해당 임무 관련 정보로 예측시장에서 베팅을 해 논란이 된 적 있다. 지난 4월에는 연방 하원의원 예비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이 자신의 선거 승리에 돈을 걸어 말썽을 빚었다. 심지어 구글의 한 직원도 내부 정보를 이용해 1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챙긴 혐의로 지난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백악관은 지난 3월 직원들에게 예측시장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한 거래를 금지하는 경고를 발표했으며, 당시 공무원이 금전적 이익을 위해 비공개 정보를 이용하는 것이 매우 심각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페레즈 사건은 이러한 경고 이후에도 내부 정보 거래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미국 규제당국의 감시 강화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