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뉴스나우
경제

홈플러스, 메리츠 2000억 긴급자금 확보…'응급처치' 수준 회생

홈플러스가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2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 지원을 받으며 파산 위기에서 벗어났다. 다만 이는 응급처치일 뿐 공익채권 9300억원 변제, 소비자·협력업체 신뢰 회복, 새 인수자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회생 전망은 불투명하다.

홈플러스가 극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넘기게 됐다. 메리츠금융그룹이 16일 이사회를 열고 홈플러스에 대한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원 지원을 최종 승인하면서 파산 위기에서 벗어났다. 다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회생까지는 여전히 많은 난제들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메리츠금융 3사(메리츠증권·메리츠캐피탈·메리츠화재)는 홈플러스 최대 채권단으로서 이번 결정을 내렸다. 당초 메리츠금융그룹은 1000억원을 에스크로에 예치하고 나머지 1000억원은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마련하도록 하는 조건을 제시했으나, 정치권의 압박과 노조의 호소 등이 영향을 미쳐 추가 1000억원을 전액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우선시하는 금융사로서 추가 1000억원 지원은 고심 끝에 내린 어려운 결정"이라며 "이번 필수 자금 지원이 회생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전액 보증이 전제조건이다.

홈플러스는 즉시항고 기한을 나흘 앞두고 16일 서울회생법원에 즉시항고를 제기했다.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할 경우 회생 절차 기한은 9월 4일까지 연장된다. 회사는 "회생법원의 회생절차 연장 결정이 나면 협력업체와의 협의를 거쳐 영업 재개 일정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임시휴업 중인 37개 점포의 폐점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조가 퇴직금 일부나 성과급 양보에 동의했다는 점도 긍정적 신호다. 노조는 "경영진이 책임 있게 회생 자금을 집행하고 쇄신에 나선다면 노동조합도 현장 재건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0억원은 실질적인 정상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크다. 시설관리 등 외주업체와의 계약이 종료된 데다 대부분 휴업 점포에는 단전·단수 통보까지 이뤄진 만큼 실제 영업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소비자와 협력업체의 신뢰 회복도 험난한 과제다. 그동안 소비자 발길이 끊긴 데다 대금 미지급으로 경영난에 처한 협력업체들의 적극적인 납품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품 공급이 불안정하면 고객 이탈이 가속화하고 매출 회복도 어려워진다. 공익 채권만 9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체불 임금과 협력업체 대금 미지급 문제 해결도 시급한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결국 새로운 인수자 확보가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지적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2000억원은 회생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만 확보한 것일 뿐 정상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회생절차를 마무리하더라도 점포 경쟁력을 회복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려면 안정적인 자금력을 갖춘 새 주체가 필수적이다는 분석이다. 다만 MBK의 홈플러스 매각 시도가 시장의 차가운 반응 속에 무산된 만큼 이번에도 전망은 불투명하다. 만약 법원이 즉시항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홈플러스는 곧바로 파산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추진하려던 국회 정무위원회 청문회 방침을 번복하고 21일 현안 질의에서 홈플러스 사태 원인을 규명하고 MBK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 민주당 박지혜 대변인은 "이번 자금 수혈은 어디까지나 인공호흡기를 단 것에 불과하다"며 "MBK파트너스는 근본적인 경영 정상화와 고용 안정, 협력업체 피해 최소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상생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