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역 순환 인사 제도 도입 촉구… '향찰 유착' 구조적 개선 필요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경찰 지역 유착 의혹이 경찰 조직의 순환 인사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경찰은 다른 권력 기관에 비해 순환 인사 규정이 느슨해 같은 지역에서 장기 근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초동수사 축소·은폐 의혹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경찰 조직 내 지역 유착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수사팀장이던 광산경찰서 박모 경감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기고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도 입건한 가운데, 같은 지역에서 오래 근무한 경찰들이 눈감아 준 것 아니냐는 '향찰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경찰 조직 내 순환 인사 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권력 기관의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사건의 핵심은 피의자 아버지에게 수사 정보가 유출된 과정에 있다. 장윤기의 아버지는 경력의 대부분을 전남광주 관내에서 근무한 현직 경찰(경감)이며, 광산경찰서 수사팀이 그에게 아들 자취방 주소와 문 비밀번호를 알려줌으로써 성인용 인형 등 성범죄 증거를 폐기할 수 있도록 해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수사에서 특별한 동기 없이 피의자 아버지에게 수사 정보를 넘겼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특수단은 광산서 수사팀원들이 장 경감과의 인연이나 장 경감과 관련 있는 윗선의 외압 때문에 사건을 축소한 것인지 확인하고 있으며, 입건된 경찰들은 개인적 인연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배경에는 같은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와 유착 구조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경찰 조직의 순환 인사 제도가 다른 권력 기관에 비해 현저히 느슨하다는 점이다. 경찰은 총경급만 같은 시·도경찰청에서 3년 이상 계속 근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총경 아래 경정부터는 강제 규정이 없다. 이렇다 보니 최근 10년간 경감이 다른 시·도경찰청으로 발령받은 비율은 평균 6.5%에 불과하며, 경위는 3.2%에 그친다. 시·도경찰청 관내에서 보직을 옮기더라도 보통 5년 주기로 인사 발령이 나는 수준이다. 장윤기 사건과 관련된 장 경감은 광산서에서만 18년을 근무했고, 구속된 박 경감은 30여 년의 경력 대부분을 전남광주 지역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장기간 같은 지역에 근무하면서 형성된 인적 관계와 지역 내 권력 관계가 공정한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다른 권력 기관들의 관행과 명확히 대비된다. 검찰의 경우 평검사는 2년, 차·부장검사는 1년마다 인사를 내고 있으며, 최근 10년간 평검사가 다른 지검으로 발령받은 비율은 93.8%에 달한다. 국세청도 같은 보직이나 세무서에서 장기 근무할 수 없도록 2년 순환 인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유착에 취약할 수 있는 조사국 직원들에게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들은 권력 기관 내 지역 유착을 방지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경찰 조직이 다른 권력 기관에 비해 순환 인사를 소극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구조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13만 명에 달하는 경찰 인력에게 전국 단위 강제 순환 근무제를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10월 검찰청 폐지 이후 경찰 조직이 더욱 비대해진 권력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향찰 세력화'를 막기 위한 통제 장치를 두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경정, 경감 등 중간간부급을 다른 시·도경찰청에 발령내는 순환 인사 제도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이는 경찰 조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필수적인 개혁이다. 지역 유착 구조를 해소하고 권력 기관으로서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찰 조직 내 인사 제도의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