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토론회서 '주거복지 외면' 비판…세입자 보호 정책 부재
국토교통부 주최 주택공급 토론회에서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와 규제 완화만 논의되고 공공임대주택 확대·세입자 보호 등 주거복지 정책은 소홀히 다루어져, 전문가들이 '닥치고 공급' 기조 비판하며 누구에게 어떤 집을 공급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토론회에서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와 규제 완화 논의에만 집중하고,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세입자 보호 등 주거복지 정책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4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경청 토론회'에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학계, 업계, 언론계, 시민사회 전문가, 청년, 신혼부부 등 약 60명이 참석했다. 한국부동산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주요 주택 정책 기관의 장들도 함께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와 비아파트 공급 확대, 각종 규제 완화에 집중됐다. 참석자들은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 기간 단축, 용적률 상향, 금융 규제로 막힌 이주비 대출 지원, 민간 사업성 개선 등을 요구하며 정부의 규제 완화와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반면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세입자 보호, 전세 사기 방지 등 주거복지 관련 정책은 토론 후반부에야 본격적으로 언급되는 등 우선순위가 낮았다는 평가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이번 토론회가 마치 민원의 장 같은 느낌"이라며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사업성 개선 요구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정작 세입자의 목소리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닥치고 공급' 기조를 비판하며 공급 물량보다 누구에게 어떤 집을 공급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은영 소장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닥치고 공급' 발언에 대해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평가하면서 "빠른 공급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집을 누구에게 공급할 것인지다. 지금 문제는 집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집값이 너무 비싸 세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재의 주택 문제가 단순한 공급 부족이 아니라 주거비 부담 과중과 세입자의 주거 불안정성에 있다는 분석이다. 청년 주거 문제를 다루는 민달팽이유니온의 최하은 상임활동가도 "청년 10명 중 8명 이상이 세입자로 살고 있지만 높은 주거비 부담에도 주거 안정성은 매우 취약하다"며 주거 정책의 방향 전환을 촉구했다.
세입자 보호와 주거복지 강화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하은 활동가는 "주거 정책은 공급 확대뿐 아니라 세입자 권리 보장과 전세사기 예방을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민간임대주택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 청년과 신혼부부는 물론 탈시설 청소년, 장애인, 이주민 등 다양한 계층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단순히 주택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계층의 주거 안정성을 보장하는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강원대학교 이후빈 조교수(부동산학)도 "주택 공급은 수단이고 목적은 주거 안정"이라며 "공급 속도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공급해 실제 주거 안정으로 이어지게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공공분양의 실질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제시했다. 이후빈 조교수는 "공공분양이 '로또 청약'으로 끝나지 않도록 재판매 가격을 제한해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이 지속적으로 시장에 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공공분양의 혜택이 다음 수분양자에게도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현재의 공공분양이 첫 구매자에게만 혜택을 주고 재판매 시 시장 가격으로 상승하는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주거복지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대안이다. 결국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이 단순한 물량 확대에서 벗어나 실제 주거 안정과 세입자 보호를 중심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관되게 제시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