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실적 부진에 코스피 '검은 월요일'…레버리지 ETF가 변동성 증폭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부진 전망과 미국 나스닥 상장에 따른 유동성 이동으로 코스피가 13일 2개월 만에 68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급락이 시장 변동성을 더욱 증폭시켜 금융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내 증시가 13일 '검은 월요일'을 맞이했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69.01포인트(8.95%) 급락한 6806.93으로 마감하며 2개월 만에 68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달 초 처음 7000을 돌파한 지 불과 2개월 만의 일이다. 하루 만에 코스피 시가총액 546조 원이 증발했으며, 이 중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와 SK하이닉스의 시총 손실만 431조 원에 달했다. 현재 두 회사의 시총 비중이 코스피 전체의 52.85%를 차지하는 만큼, 대형주의 하락이 곧 시장 전체의 하락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날 낙폭의 핵심은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15.37% 급락하며 1996년 12월 상장 이후 29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일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는 회사의 2분기(4~6월) 실적 부진 전망이 주요 원인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을 증권가 예상치인 65조 원보다 7.08% 낮은 60조4000억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문제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데, SK하이닉스는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세가 덜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판매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 증가 폭이 예상보다 작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ADR)도 국내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UBS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ADR 상장을 앞두고 'ADR 매수, 한국 주식 매도' 전략을 제시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에 따랐다. 실제로 외국인은 10일과 13일 이틀간 SK하이닉스를 3조1000억 원 이상 순매도했다. 반면 나스닥에서 SK하이닉스 ADR은 공모가 149달러 대비 12.76% 오른 168.01달러로 상장 첫날을 마쳤다.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코스피에선 SK하이닉스의 차익 실현에 나섰고, 나스닥에선 ADR을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등 엇갈린 유동성으로 주가가 반대로 흘렀다"고 분석했다. 이는 같은 기업의 주식이 서로 다른 시장에서 상이한 수급 압력을 받으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시장 변동성 확대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큰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은 전 거래일 대비 21.75~32.60% 각각 하락하며 코스피 변동성을 더욱 증폭시켰다. 코스피 200 변동성지수(VKOSPI)는 83.33으로 전 거래일 대비 6.63% 올랐다. 금융감독원장 이찬진은 이날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들을 만나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괴리율 관리 문제와 과장 광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 원장은 "투자자는 ETF를 직접 선택하는 과정에서 운용사 광고에 주로 의존하므로 운용사의 거짓, 과장 광고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금융 당국은 현재 1000만 원인 위탁증거금을 대폭 상향하거나 투자자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곧 내놓을 계획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을 단기 조정으로 보는 입장도 있다.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투자 심리가 주가 지수를 좌우하는 상황이며, 반도체 기업의 기본 성장세엔 변동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 블룸버그통신도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낮다"며 현재 평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외신들은 아시아 반도체주의 고점론을 제기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피델리티 인터내셔널과 블랙록 등 주요 펀드 운용사들이 대만 TSMC, 한국의 SK하이닉스, 삼성전자 같은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 지속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코스피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발표 결과와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