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전 매장 휴업…운영비 고갈로 파산 수순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로 전국 모든 매장의 영업을 임시중단했다.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의 책임 공방 속 최소 2000억원의 긴급 운영자금 확보가 무산되면서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1만 2000여 명의 직원과 수천 개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로 인해 전국 모든 매장의 영업을 임시중단했다. 13일 홈플러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운영자금이 모두 고갈돼 상품 대금 지급은 물론 유틸리티 비용 등 매장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안 및 안전 유지를 위해 본사 및 대형마트 매장 모두 임시휴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는 것으로 해석되며, 수만 명의 근로자와 수천 개의 협력업체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의 위기는 최소 2000억원의 긴급 운영자금 확보 실패에서 비롯됐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는데, 회생계획안 실행에 필요한 최소 자금인 2000억원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20일까지 항고 기한을 두고 상황 변화를 지켜보겠다고 밝혔지만,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어 자금 확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르면 이번 주 중 파산 신청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회생절차 개시 이후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대형마트 점포 수를 126개에서 67개로 줄이고, 슈퍼마켓 부문인 익스프레스를 매각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MBK파트너스가 차입금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자산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협력업체 대표는 "제품 개발과 투자에는 뒷전인 채 투자금 회수에 초점을 맞춘 경영이 이 사태를 초래했고, 그 피해는 협력업체와 직원들에게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홈플러스의 최종 파산 시 피해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직원 1만 2000여 명을 비롯해 4600여 개의 협력업체와 8000여 개의 입점업체 종사자 수만 명과 그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받게 된다. 현재 홈플러스의 공익채권은 약 1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상당수는 회생절차 개시 이후 발생한 협력업체 납품대금과 체불임금이다. 정부는 피해 근로자에게 1인당 최대 2100만원의 체불임금 대지급금을 신속히 지급하기로 했으며, 긴급 생계 안정을 위해 1인당 1000만원 한도로 연 1.5%의 저금리 생계비 융자도 지원하기로 했다.
노조와 근로자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MBK와 사측이 전 매장 임시휴업이란 파국적 결정을 노조와 직원들에게 한마디 공지도 없이 기습 통보했다"고 항의했다. 안수용 지부장은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은 실질적 대주주로서 홈플러스 회생에 대한 책임을 다하라"며 "정부와 국회도 방관하지 말고 대책 마련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15일 MBK 본사와 청와대 앞에서 '홈플러스 살리기 국민대회'를 개최하기로 했으며, 사모펀드 규제 법안 신설도 촉구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견련파산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견련파산은 회생절차가 중단된 기업이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와 동시에 파산을 선고하는 제도다. 이 절차가 이루어질 경우 회생절차 중 발생한 공익채권의 우선순위가 그대로 인정되어 협력업체와 근로자들의 채권 보호에 유리할 수 있다. 반면 항고기간이 지나 회생절차 폐지가 확정된 뒤 일반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 공익채권의 법적 지위와 변제 절차가 달라질 수 있어 채권자들의 회수율이 낮아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