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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신고만으로도 근무지 변경 가능…법원 '피해자 보호 우선'

서울행정법원이 스토킹 신고만으로도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해자의 근무지를 변경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스토킹 행위 확정 전이라도 신고 접수 후 임시적 보호조치는 정당하다고 봤으며, 혐의자의 절차적 권리와 피해자 안전 사이의 균형을 맞춘 판례로 평가된다.

스토킹 행위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해자의 근무지를 변경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스토킹 범죄를 신고한 직원의 안전을 우선하는 한편, 혐의자에 대해서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절차적 정당성을 균형있게 판단한 판례로 평가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한국철도공사 차량관리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직장 내 스토킹 신고 이후의 인사조치가 정당한 보호조치인지를 놓고 벌어진 법적 분쟁에서 기업의 선제적 조치를 인정한 것으로, 향후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발단은 2024년 6월 코레일이 한 직원으로부터 A씨의 스토킹 혐의에 대한 고충조사 신고서를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신고자는 A씨가 자신을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코레일은 신고자와 A씨를 분리하기 위해 2024년 7월 A씨를 다른 근무지로 인사발령했다. 이는 스토킹 행위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해자의 안전을 위해 임시적이고 잠정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하지만 A씨는 이 인사발령이 자신의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부당한 조치라고 반발했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두 기관 모두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자 A씨는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자신의 행동이 스토킹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A씨의 변론에 따르면 신고자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오해해 '전화해도 돼요?'라고 의사를 물었으나, 신고자가 거부한 후에는 어떤 추가 행동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만남을 피했다는 것이었다. A씨는 이것이 스토킹 행위가 아니며, 따라서 인사발령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는 인사발령으로 인한 출퇴근 시간 증가, 임금 감소, 정직 1개월의 중징계로 인한 성과급 미지급 등 구체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A씨는 출퇴근 시간이 하루에 6시간 정도 늘어났으며, 이를 감당하기 위해 근무시간을 2시간 줄여 임금이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코레일의 조치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스토킹방지법을 근거로 스토킹 행위가 인정되기 전이라도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자의 의사와 보호필요성을 고려해 근무 장소의 변경이나 배치전환 등 적절한 임시적·잠정적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이후 스토킹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된 경우에는 보호조치를 종료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재판부는 신고자가 진술한 A씨의 장기간에 걸친 접촉행위 내용과 사건 당일 A씨가 신고자에게 한 발언 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A씨의 행위가 반복될 것으로 우려할 만한 사유가 있었으므로 코레일 조치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즉, 법원은 혐의의 확정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자의 안전을 먼저 보장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A씨가 제기한 절차상 하자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인사발령이 스토킹 사건에 대한 조사와 별개로 스토킹 피해를 주장하는 신고자의 보호 및 스토킹 행위의 방지를 위해 이뤄지는 보호조치라고 명확히 했다. 따라서 스토킹 사건 조사 절차상 하자가 있었더라도 인사발령의 위법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재판부는 A씨가 주장한 피해 규모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검토했다. 출퇴근 시간이 6시간 증가했다는 주장에 대해 A씨가 정확한 주소를 밝히지 않아 실제 출퇴근시간을 확인할 수 없으며, 인사기록 카드상 주소를 기준으로는 6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임금 감소는 A씨가 단시간 근로를 신청한 것에 기인한 것이지 인사발령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명예훼손이나 성과급 미지급 역시 인사발령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으며, 인사발령에 따른 생활상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히 벗어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판결은 직장 내 스토킹 사건의 처리 방식에 대한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법원이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으면서도 혐의자의 절차적 권리를 고려한 균형잡힌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스토킹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직장 내 스토킹 신고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이 판결은 기업들이 신고 직후 신속하게 피해자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했다. 동시에 혐의자에 대해서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되, 신고 자체의 신빙성이 있다면 일단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다만 보호조치는 임시적·잠정적 성격이며, 추후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를 종료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인정했다. 향후 직장 내 괴롭힘이나 스토킹 사건에서 기업의 선제적 대응이 더욱 적극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피해자 보호와 절차적 정당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가 계속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