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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저평가 국면, 고점론 과장이라는 증권사 분석

반도체주의 최근 급락에 대해 고점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유안타증권은 실적 훼손 증거가 부재하고 이익 전망이 상향되고 있어 저평가 국면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저가 매수와 메타·마이크론 등의 장기 공급 계약은 AI 반도체 수요의 지속성을 시사한다.

반도체 저평가 국면, 고점론 과장이라는 증권사 분석
AI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급락하면서 업계의 고점을 지났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한 주간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4.7%, 8.4% 하락했으며, 특히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발표 이후 실적 부진과 반도체 고점론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급증했다. 반도체주가 단기간 급등한 뒤 조정을 받자,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진 것을 반도체 이익 피크의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타났다. 하지만 유안타증권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조정은 실적 훼손이 아닌 기대치 과잉과 저평가 국면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는 1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번 조정의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높아진 기대치에 비해 실적이 부족했다는 점, 둘째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변동성 증가, 셋째 저 주가수익비율에 대한 밸류트랩 논쟁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현재의 저PER을 과거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의 고점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과거 메모리 사이클에서는 주당순이익(EPS)이 급등하면서 PER이 낮아진 뒤, 평균판매가격(ASP) 하락과 재고 조정이 이어지며 EPS가 급격히 하향 조정되고 주가도 함께 조정되는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는 이러한 신호들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이익 전망은 상향되고 있다는 점이 현재 상황의 핵심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이번 조정에도 불구하고 2026년 코스피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전주 대비 24조2000억원이 상향됐으며, 코스닥도 8000억원 상향 조정됐다. 특히 이익 전망 상향은 정보기술(IT), 반도체, IT하드웨어 업종에 집중되고 있다. 이는 시장이 반도체 산업의 장기적 성장성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외국인 순매도액이 전주 12조3000억원에서 3조7000억원으로 대폭 축소됐으며, 지수가 급락한 이후 12개월 선행 PER 6배 초반의 저평가 구간에서 외국인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 역시 꺾이기보다는 병목 자산을 선점하는 경쟁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메타는 2027년까지 14기가와트(GW)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자체 AI 칩과 메모리, 스토리지, 광섬유 등의 장기 계약을 병행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2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글로벌웨이퍼스도 10년 웨이퍼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은 수요와 공급 양측 모두 장기 병목 자산을 묶고 있다는 증거다. 이는 반도체 수요가 단기적 조정을 겪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이 심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의 부상도 글로벌 가격을 무너뜨리는 현상이 아닌 공급 부족의 증거로 해석된다. 중국 메모리가 글로벌 시장을 잠식한다면 레거시 DRAM과 낸드플래시(NAND) 가격이 약세를 보여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가격 재상승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은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이 금융위기 수준까지 낮아졌으며, 이는 다운사이드 리스크보다 업사이드 리스크가 훨씬 큰 구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EPS 급락을 정당화할 만한 증거가 부재한 상황에서 저PER은 피크 이익의 착시가 아니라 AI 메모리의 더욱 긴 이익 지속성을 반영하지 못한 할인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현재의 반도체 조정은 산업의 고점을 의미하기보다는 시장이 과도하게 할인한 바겐세일 국면으로 해석되며, 수급과 이익 모두 여전히 IT와 반도체 업종을 가리키고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