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용의자 아버지에 접견 일정 미리 통보…'제 식구 감싸기' 논란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의 피의자 장윤기를 수사한 경찰이 현직 경찰 간부인 아버지에게 유치장 접견 일정을 미리 통보하고 면회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수사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증거 인멸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의 피의자 장윤기(23)를 수사한 경찰이 현직 경찰 간부인 장씨의 아버지에게 유치장 접견 일정을 미리 통보하고 면회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경찰이 특별 대우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수사팀은 피의자 장윤기를 유치장에서 조사할 때마다 현직 경감인 아버지 장모 경감에게 '접견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장 경감은 아들의 긴급체포 이튿날인 5월 6일 오전 약 30분간 처음 유치장을 찾아 면회했다. 이후 8일에도 약 20분간 접견했으며, 검찰 송치 전날인 5월 13일 저녁에도 유치장을 방문해 약 20분간 아들을 만났다. 수사팀은 장 경감이 '오늘 아들을 보려고 한다'고 문의하면 '조사 중일 수도 있다' 또는 '오늘은 면회가 어렵다'는 식으로 안내했다고 한다. 이는 수사팀이 조사 일정을 사전에 통보함으로써 면회 시간을 조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관행은 일반적인 경찰 수사 절차와 배치된다. 경찰은 수감된 피의자를 유치장에서 데려와 보강 조사나 현장검증을 실시할 때 피의자 가족에게 사전 통보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일반인 가족들은 경찰서 유치장을 방문했다가 피의자가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면회를 못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현직 경찰인 아버지에게만 예외적으로 수사 일정을 미리 알려줌으로써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혹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사건의 심각성은 이것만이 아니다. 사건 발생 후 장윤기의 아버지가 아들의 강간 살인을 입증할 수 있는 주요 증거물을 경찰의 도움으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접견 편의 제공을 넘어 증거 인멸과 관련된 의혹으로 비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경찰의 이러한 조치가 수사 방해나 증거 은폐에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사건의 배경을 보면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광주 광산구의 한 고등학교 앞에서 귀가하던 이채원(17) 학생을 차량으로 끌고 가려다 흉기로 살해했다. 이를 말리던 남학생에게도 중상을 입혔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공소사실을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살인 혐의로 변경해 기소했다. 이처럼 중대한 범죄 사건에서 경찰이 피의자의 아버지라는 이유로 특별 대우를 제공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찰의 이번 조치는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현직 경찰관의 신분이 수사 과정에서 특혜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경찰 조직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 특히 피해 학생의 유족과 국민들 사이에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어,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과 함께 수사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