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위법 확정…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방해 징역 7년 확정
대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혐의에 징역 7년을 확정하면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하고 비상계엄의 절차적 위법성도 함께 확정했다. 이 판결은 앞으로 진행될 내란죄 등 관련 재판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7년을 확정 지으면서 비상계엄의 절차적 위법성도 함께 인정했다. 지난 9일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에 대한 상고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 판결은 2024년 12월 30일과 2025년 1월 7일 두 차례에 걸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법원의 영장을 받아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하려 할 때 대통령 경호처 공무원들을 동원해 이를 가로막은 행위를 인정한 것이다. 이로써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과 비상계엄의 위법성이 확정되면서 앞으로 진행될 하급심 재판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주목할 점은 대법원이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명확히 인정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법적으로 내란죄 수사권이 없음에도 직권남용 혐의를 경유해 내란죄를 수사했다며 수사 과정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해왔다. 즉,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시작한 후 '수사 중 인지한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함께 수사한 방식이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직권남용 혐의와 사실관계가 동일하고 증거도 상당 부분 중첩된다"며 "공수처가 내란죄를 '관련 범죄'로 인지해 수사를 진행한 것은 적법하다"고 명시했다. 나아가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은 '기소되지 않을 권리'일 뿐이므로 대통령을 피의자로 한 수사 자체는 허용된다는 법리도 제시했다. 이는 비상계엄의 '본류' 재판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에서도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비상계엄 선포 전후의 절차적 위법성도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계엄 선포 전 국무위원을 선별적으로 회의에 소집한 행위에 대해 당시 소집 통지를 받지 못한 국무위원 7명과 늦게 받아 참석하지 못한 2명이 국무회의에서 계엄을 심의할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계엄 선포 이후 절차적 하자를 가리기 위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통해 '사후 계엄선포문'을 작성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서명한 뒤 무단 폐기한 행위(허위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도 유죄로 판단했다. 외신에 "헌정질서 파괴의 뜻은 추호도 없었다"고 허위 공보를 지시한 혐의와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을 통해 군 장성들의 비화폰 통화 기록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모두 유죄가 인정되었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진행될 내란죄 재판 등 관련 사건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을 전후한 일련의 과정이 절차를 지키지 않아 위법하다는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만큼, 현재 하급심에서 진행 중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의 재판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계엄이 불법이었다고 해서 곧바로 내란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불법 계엄'을 인정하는 것이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1심에서 무기징역, 일반이적 혐의('평양 무인기 작전')는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상태로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은 앞으로 7개가 남아 있다. 비상계엄 관련 남은 재판은 본류인 내란죄 재판을 비롯해 일반이적 혐의, 한 전 총리의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 등 3개다. 위증죄는 1심에서 무죄가 나왔으나 항소심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수')과 공직선거법 위반(건진법사 전성배 씨·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관련 허위 발언) 사건은 각각 오는 13일과 27일에 1심 선고가 나올 예정이다. 순직해병 사건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도피시키려 했다는 혐의의 두 재판은 1심이 진행 중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과 함께 체포방해 혐의에 가담한 경호처 수뇌부도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으며, 박종준 전 경호처장은 징역 4년, 김 전 차장은 징역 5년,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에게는 징역 2년6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