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종전합의 3주만에 붕괴 위기…유가 6% 급등
미국-이란 종전 양해각서가 체결 3주 만에 붕괴 위기를 맞았다. 호르무즈해협 선박 공격을 둘러싼 양국의 군사 충돌이 재점화하면서 국제유가가 6% 급등하고 한국 증시도 큰 낙폭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체결한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가 파기될 위험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서 기자들에게 "내 생각에는 이란과의 휴전이 이제 끝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을 "거짓말쟁이고 사기꾼"이라고 비난하며 "그들을 상대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달 17일 어렵게 체결한 MOU가 불과 3주 만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된 것을 의미한다.
양국의 무력 충돌이 재점화한 배경에는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갈등이 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7일 이란이 국제 해역에서 민간 상선 3척을 공격했다며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공습 규모는 지난달 17일 종전 합의 이후 감행된 작전 중 가장 컸으며, 미 공군은 이란 목표물 80개 이상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공격 대상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운반하는 카타르 선박과 사우디아라비아 및 라이베리아 국적 유조선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장례 기간에 분쟁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공습에 이란도 즉각 보복에 나섰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성명을 통해 바레인과 쿠웨이트 내 미군 기지를 타격했으며 주요 미군 시설 85곳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 재무부는 이란산 원유 관련 제재를 복원했다. 이는 MOU 체결 당시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묶어두기 위한 핵심 인센티브였던 이란산 원유의 60일간 해외 판매 허용이 사실상 무효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란은 17일까지 모든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양국 간 신뢰 기반이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시장은 지정학적 긴장 고조를 즉각 반영했다.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파기 발언 이후 배럴당 79달러까지 뛰어 전날 거래가 대비 6% 상승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8월 인도분 선물도 배럴당 70.44달러로 2.8% 올랐다. 한국 증시도 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정규장에서 6.25%, SK하이닉스는 5.68% 하락한 채 거래를 마감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보도 이후 낙폭이 확대되어 넥스트레이드에서 삼성전자는 9.63%, SK하이닉스는 8.45% 내려앉았다. SK하이닉스 주가는 한때 200만원 선이 깨지기도 했다. 미국 S&P500지수 선물과 나스닥지수 선물도 각각 1.1%, 1.3%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MOU 자체의 구조적 결함을 지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례는 잠정 합의가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남겨뒀는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부과를 두고 견해차를 보이고 있으며, 이것이 현재의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MOU 합의 이후 소폭 늘어난 호르무즈해협 선박 통행량이 다시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선박 추적 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사흘간 선박 통행량은 총 108척이었으나, 전쟁 발발 직후에는 하루 두 척 정도로 급감했다.
11일로 예정된 카타르 중재의 MOU 후속 협상이 열릴지가 현재 1차 시험대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가들이 원한다면 계속 대화하도록 두겠다"면서도 "나는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협상 재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란 측도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위협이 계속된다면 최종 합의에 관한 협상은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협상을 지연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이란의 협상 우위가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어렵게 마련된 중동의 평화 협상이 극단적 긴장 상황으로 급변하면서 국제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