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자금 명목 1억원대 사기 사건, 검찰 3차 보완수사 끝에 기소
통일자금을 명목으로 1억원대를 사기한 민간단체 간부들이 검찰의 3차 보완수사 끝에 기소됐다. 경찰의 초기 무혐의 처분을 뒤집고 두 용의자 모두를 기소한 것은 검찰의 끈기 있는 재수사 요청과 새로운 증거 확보 덕분이다.
서울 춘천지검 원주지청이 '한반도 통일자금'이라는 거짓 명목으로 피해자를 속여 1억원대를 가로챈 민간단체 간부들을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경찰의 초기 무혐의 처분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네 차례의 재수사 요청과 세 차례의 보완수사 요구를 거친 끝에 기소에 이르렀다. 지난달 26일 춘천지검 원주지청 형사2부는 형법상 사기 혐의로 한반도회복협의회 총재 박모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사무총장 송모씨를 구속 기소했다. 한반도회복협의회는 통일부에 통일 관련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혐의는 2022년 6월에 발생했다. 박씨와 송씨는 피해자에게 '곧 국가와 민족을 위해 쓰일 통일자금이 미국에서 들어온다'며 '마중물이 되는 돈을 빌려주면 한 달 뒤에 원금에 이자 2%를 더해서 돌려주겠다'고 거짓 약속했다. 이들은 이러한 사기 수법으로 피해자로부터 1억955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통일자금이라는 국가적 대의명분을 악용해 피해자의 신뢰를 얻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약속된 이자 상환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두 용의자에 대한 판단이 엇갈렸다. 지난해 7월 경찰은 송씨의 사기 혐의만 인정해 검찰에 송치하고, 박씨는 공모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같은 해 8월 경찰에 송씨에 대해서는 보완수사를, 박씨에 대해서는 재수사를 요청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역할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피해자의 구체적 진술 청취와 한반도회복협의회의 자금 지출 내역 및 결재권자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초기 경찰 수사의 미흡함을 지적하는 것과 같았다.
경찰의 재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들이 속속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경찰은 재·보완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로부터 '송씨는 직접적인 사기행위를, 박씨는 결재권자 역할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같은 해 12월 두 번째 보완수사를 요구했으며, 박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영장 신청과 텔레그램 대화 내역 확보를 지시했다. 지난 3월 경찰이 박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조사한 결과, 범행과 관련된 텔레그램 대화가 발견됐고, 박씨가 '피해자에게 받은 돈을 송씨와 함께 썼다'고 인정하는 진술도 확보됐다. 이는 두 용의자의 공모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검찰의 끈기 있는 수사 요청이 결국 기소로 이어졌다. 검찰은 4월 세 번째 보완수사를 요구했으며, 송씨를 직접 조사해 박씨와의 공모 관계를 명확하게 특정할 것을 지시했다. 송씨가 경찰 조사를 계속 거부하자 검찰은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송씨는 지난달 1일 구속됐다. 검찰은 지난달 8일 송씨와 박씨를 송치받아 26일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경찰과 검찰 간의 수사 방향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초기 판단의 재검토와 추가 수사의 중요성을 드러냈다. 또한 통일이라는 명분을 악용한 사기 사건이 적발된 만큼, 유사 사기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