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 핵심 증거물 인멸 정황…검찰 경찰 조직적 은폐 수사
장윤기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케이블타이를 발견하고도 확보하지 않은 채증 영상이 발견됐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경찰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행위를 의심하고 광산경찰서를 압수수색해 다수 경찰관을 입건했다.
여고생 살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장윤기 사건을 수사한 경찰의 증거인멸 및 은폐 의혹을 규명 중인 검찰이 결정적 단서를 확보했다. 사건 당일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케이블타이를 발견하고도 확보하지 않은 채증 영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 영상을 토대로 검찰은 경찰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 행위를 의심하고 대대적인 강제 수사에 나섰다. 광주지검은 광산경찰서에 수사관을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으며, 형사과 담당팀 관계자 등 다수 경찰관을 공무상비밀누설 및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다.
검찰이 확보한 채증 영상의 내용은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을 명확히 보여준다. 약 10분 분량의 영상에는 사건 당일인 5월 5일 광산경찰서 수사팀이 장윤기의 SUV 조수석 수납공간에서 케이블타이 한 묶음을 발견하는 장면이 기록돼 있다. 그런데 현장에 있던 여러 수사팀원들이 이를 발견하고도 실물을 확보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는 것이 문제다. 케이블타이는 피해자 납치 및 강간 시도 과정에서 결박 도구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중요한 증거물이다. 장윤기가 피해자를 SUV로 납치해 강간하려다가 여의치 않자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만큼, 범행 도구로 미리 준비됐을 수 있는 이 물건은 범행의 계획성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었다.
더 심각한 것은 수사 이후의 처리 과정이다. 경찰 수사팀은 초기 감식만 마친 채 사건 이튿날 장윤기의 아버지에게 SUV를 인계했다. 이후 케이블타이의 소재는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을 분석하면서 경찰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됐다. 단순한 수사 부실을 넘어 의도적인 증거 은폐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가 수사의 핵심이 된 것이다. 특히 장윤기의 자취방이 사건 사흘 만에 아버지에게 인계되면서 '리얼돌' 등 증거물이 폐기된 정황도 드러났다. 이는 초기 증거 인멸부터 이후 추가 증거 인멸까지 일련의 과정이 조직적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검찰이 추가로 확보한 정황들은 경찰의 의도적 은폐를 강하게 시사한다. 보완수사 과정에서 장윤기 아버지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검찰은 수사팀원과의 통화 녹취 파일에서 주목할 만한 대화 내용을 발견했다. 녹취 파일에는 '경찰인 것을 모르게 하라는 취지의 윗선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장윤기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관이라는 신분을 은폐하려 한 조직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비위를 넘어 경찰 조직 내 일정 계급 이상에서 의도적으로 수사를 왜곡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검찰은 이러한 전화 통화 기록 등을 토대로 경찰의 사건 처리 전반에 대해 직접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의 강제 수사가 시작되자 경찰청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압수수색이 이뤄진 당일 경찰청은 광산경찰서장과 당시 형사과장, 담당 수사팀장, 소속 팀원 등 광산경찰서 관계자 6명을 즉시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는 경찰청이 해당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조직 차원의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수사는 단순한 개별 경찰관의 비위 적발을 넘어 경찰 조직의 신뢰성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공무상비밀누설,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경찰관들을 입건한 만큼,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경찰 조직의 투명성과 중립성이 어떻게 평가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