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60조원 잠수함 사업 독일에 수주…한국은 예비 공급업체로
캐나다가 60조원 규모의 차기 잠수함 사업(CPSP) 우선협상 대상자로 독일의 TKMS를 선정했다. 나토 안보 동맹 강화가 주요 이유로 분석되며, 한화오션은 독일과의 협상 실패 시 예비 공급업체로 지정되었다.

캐나다가 해군 차기 잠수함 사업(CPSP)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를 최종 선정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6일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해군기지에서 이같은 결정을 발표하며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한 '팀코리아'가 수주를 기대했던 이 사업은 나토(NATO) 회원국 중심의 안보 동맹 체계 앞에서 고배를 마시게 됐다. 다만 캐나다는 독일과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한화오션을 예비 공급업체로 지정하고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CPSP 사업은 2030년대 중반 퇴역할 예정인 캐나다 빅토리아급(2400t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신형 디젤 잠수함을 최대 12척 건조하는 대규모 국방 프로젝트다. 잠수함 도입 후 약 30년간 발생할 유지·보수·정비(MRO) 비용을 포함한 전체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에 달한다. 독일 TKMS가 제안한 모델은 노르웨이와 공동 개발 중인 2800t급 '212CD'로, 최신 스텔스 기능 등 차세대 전투체계 기술이 적용되었다. 카니 총리는 "자격을 충분히 갖춘 두 공급업체 사이에서 내려진 어려운 결정"이라고 설명하며, 정부가 TKMS와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 과정은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본계약 체결은 2028년 초로 예상된다.
캐나다가 독일을 선택한 가장 강력한 이유는 나토 회원국과의 안보 협력 강화로 분석된다. 미국·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나토 회원국인 독일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이번 발표가 나토 정상회의를 이틀 앞두고 이루어진 점은 캐나다가 나토 회원국인 독일을 얼마나 의식했는지 보여준다. 캐나다 매체 CBC는 "이번 결정은 광범위한 지정학적 함의를 지닌다"며 "미국이 나토와 거리를 두는 상황에서 캐나다를 유럽의 영향권으로 더욱 끌어들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은 또한 캐나다가 TKMS 잠수함을 도입하면 노르웨이와 함께 북극해 및 북대서양에서 총 24척의 잠수함을 공동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정비 및 공동 훈련 체계를 공유하고 MRO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독일의 주요 제안이었다.
한화오션은 이 사업을 위해 도산안창호급(KSS-III 배치-I)보다 성능이 향상된 3600t 장영실급(KSS-III 배치-II) 잠수함 모델을 제안했었다. 수직발사관(VLS)과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의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탑재해 뛰어난 잠항 능력을 갖추었으며, 한국 해군이 이미 3000t급 잠수함을 운용 중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되었다. 한화오션은 2035년까지 초기 4척을 인도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고, 캐나다 현지 기업 100곳 이상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2044년까지 43만 3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과 약 103조원 규모의 국내총생산(GDP) 유발을 약속했다. 한화그룹 외에도 현대차그룹과 HD현대 등이 협력 카드를 내놨었다. 그러나 한국의 빠른 납기 능력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 TKMS도 잠수함 인도 일정을 2036년에서 2034년으로 앞당기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펼쳤다.
캐나다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냉전 이후 보기 어려웠던 수준으로 국방 지출을 늘리려는 전략의 일부다. 캐나다는 나토 목표에 맞춰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의 5%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으며, TKMS는 860억캐나다달러(약 92조원) 규모의 GDP 창출과 65만 개의 일자리 창출 등 대규모 경제 패키지를 제안했다. 카니 총리는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지난 주말 이재명 대통령과 길고 친밀한 대화를 나누며 이 사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의 실망감을 이해한다"면서도 "캐나다와 한국이 협력하는 분야는 이외에도 많고, 한국은 캐나다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카니 총리가 "TKMS와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캐나다는 현재 예비 공급업체인 한화오션의 KSS-III를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하고 협상에 들어갈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이는 한국에 대한 배려와 함께 협상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에 대한 보험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