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캐나다 잠수함 사업, 나토 동맹 우위에 한화오션 탈락
한화오션이 기술력과 납기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나토 동맹 관계를 우선시한 캐나다의 결정으로 독일 TKMS에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빼앗겼다. 다만 유럽 주요 업체들을 제치고 최종 경쟁에 진출한 것 자체가 한국 잠수함 산업의 세계 수준 도약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서 한화오션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에 밀렸다. 기술력과 납기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했던 한화오션이 결국 고배를 마신 것은 캐나다와 독일 간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 관계라는 지정학적 요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사업은 캐나다가 2035년 퇴역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다목적 신형 디젤 잠수함을 최대 12척 도입하는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 방산 구매 사업으로, 잠수함 계약금액만 약 20조원에 달한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3천600톤급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은 이미 실물이 건조돼 운용 중인 검증된 플랫폼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선행 모델인 도산안창호 잠수함은 진해에서 괌과 하와이를 거쳐 캐나다 서부 해군기지까지 1만4천㎞를 항해하며 장거리 작전 능력과 캐나다 해군과의 상호 운용성을 직접 입증했다. 반면 독일 TKMS가 제안한 212CD형 잠수함은 차세대 전투체계 등이 적용됐지만 아직 실물이 없는 설계 단계에 불과했다. 캐나다가 2035년 퇴역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에서 한화오션의 빠른 납기 경쟁력은 분명한 우위 요소였다. 하지만 TKMS는 독일과 노르웨이의 주문 물량 일부를 캐나다에 우선 배정하겠다면서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진 2034년에 첫 4척을 인도하겠다고 제안하며 약점을 만회했다.
승부가 갈린 것은 결국 전략적 판단이었다. 독일과 캐나다는 모두 나토 핵심 회원국으로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군사, 안보, 경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독일이 잠수함 수주를 위해 손잡은 노르웨이도 같은 나토 회원국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TKMS의 212CD형 잠수함이 북극 해역 운용에 최적화돼 있으며 나토와 완전한 상호운용성을 갖추고 있어 원활한 통신과 정보 공유는 물론 합동 임무 수행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토 동맹국 잠수함의 3분의 1 이상이 TKMS가 만든 것이라는 점도 언급하며 독일 제품의 신뢰성을 부각했다. 카니 총리는 또한 이 사업이 캐나다의 방위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심화하며 캐나다 기업들이 유럽 공급망에 참여할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이번 수주전을 위해 민관이 총력전을 펼쳤다. 한화오션은 2026년부터 2044년까지 700억캐나다달러(약 75조원) 이상의 교역과 투자, 연간 2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약속했으며 PCL 건설, 블랙베리, 온타리오 조선소 등 67개 현지 기업 및 정부 기관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국 정부도 캐나다에 수소 화물 트럭 생산과 관련 인프라 구축 등 일명 '프로젝트 비버'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안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올해 초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특사단과 함께 캐나다를 방문해 잠수함 수주전을 지원했으며, 현대차 수소차 제조 공장과 충전소 인프라 건설을 포함한 협력 구상도 제시했다. 독일도 현지 공급망 구축과 기술 이전, 산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내세우며 맞대응했으며, 독일 국방장관은 TKMS의 제안으로 사업 기간 860억캐나다달러(약 92조원)의 국내총생산 증대 효과와 65만개 이상의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수주 실패에도 한화오션의 성과는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프랑스 나발그룹, 스페인 나반티아, 스웨덴 사브 등 유럽 주요 방산업체를 제치고 TKMS와 함께 최종 결선인 숏리스트에 선정됐다. 이는 한국 잠수함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음을 보여주는 성과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 잠수함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 방산업체가 이제 독일과 경쟁하는 수준에 올라섰으며 한국 잠수함 산업이 글로벌 메이저 시장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한화오션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잠수함의 뛰어난 성능, 해군의 성공적인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나토 동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며, 이번 수주 경쟁을 통해 확인된 과제들을 분석해 'K-해양 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도약할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찾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