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60조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탈락…나토 동맹 우선 정책에 밀려
한국의 한화오션이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CPSP) 수주를 놓쳤다. 한화그룹과 현대차그룹이 함께 제안한 104조원대 경제 협력 패키지가 나토 동맹 우선 정책에 밀려 독일 TKMS에 패배한 것이다. 이는 한국 방위산업의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다.

한국이 캐나다 해군의 대규모 잠수함 사업에서 수주에 실패했다. 한화그룹을 중심으로 현대자동차그룹, HD현대 등 국내 주요 방위산업 기업들이 총력을 기울여 추진했던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CPSP)에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에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6일 TKMS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본계약은 2028년께 체결될 전망이다. 이번 결과는 한국의 첨단 방위산업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 체계라는 지정학적 장벽을 극복하기 어려웠음을 시사한다.
캐나다 CPSP 사업은 규모 면에서 한국 방위산업이 그동안 추진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것이었다. 2030년대 중반에 퇴역할 예정인 캐나다 빅토리아급(2400톤급) 잠수함 4척을 최대 12척의 신형 디젤 잠수함으로 대체하는 사업으로, 초기 건조비용뿐 아니라 약 30년간 발생할 유지·보수·정비(MRO) 비용을 포함하면 총사업비가 최대 60조원에 달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국방기술 수출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전략적 기회였으며, 경제 파급효과도 상당했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장영실급(KSS-Ⅲ 배치-Ⅱ) 잠수함은 지난해 진수된 최신형 모델로, 도산안창호급보다 성능이 대폭 향상된 제품이었다.
한국 측은 경쟁력 있는 기술과 경제 협력 패키지로 캐나다를 설득하려 했다. 한화오션은 2035년까지 초기 4척을 인도하겠다는 빠른 납기 일정을 제시했으며, 캐나다 현지 기업 및 기관 100곳 이상과의 협력 관계 구축을 약속했다. 한화그룹뿐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과 HD현대까지 가세해 2044년까지 43만 3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과 963억캐나다달러(약 104조원) 규모의 국내총생산(GDP) 유발을 제안했다. 이는 단순한 잠수함 수출을 넘어 캐나다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방위산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의 조기 전력화 전략이 캐나다 정부의 2035년 신형 잠수함 인도 요구와 부합해 강점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독일 TKMS도 만만치 않은 대안을 제시했다. TKMS는 노르웨이와 공동 개발 중인 2800톤급 '212CD' 모델을 제안했으며, 860억캐나다달러(약 92조원) 규모의 GDP 창출과 65만 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 패키지를 내놨다. 아직 실물로 만들어지지 않은 신형 모델이었지만, TKMS는 나토에서 현재까지 재래식 잠수함의 70%를 건조한 검증된 업체라는 강점을 갖고 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캐나다에 2036년까지 4척을 넘기기 위해 독일과 노르웨이에 인도할 물량 일부를 조정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했다는 점이다. 자국과 공동 개발국의 납기를 늦춰서라도 캐나다의 요구를 맞추겠다는 적극적인 제안이었다.
캐나다가 한국이 아닌 독일을 선택한 배경에는 나토 동맹 체계라는 지정학적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캐나다 정부는 나토 회원국인 독일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마크 카니 총리는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한 직후 튀르키예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했으며, 이는 캐나다가 나토 회원국들과의 동맹 강화를 중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의 기술력과 경제 협력 제안이 우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캐나다는 나토 생태계 강화라는 전략적 선택을 우선시한 것이다.
이번 수주 탈락은 한국 방위산업의 글로벌 진출이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며, 지정학적 맥락과 국제 동맹 체계를 고려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한국은 나토 비회원국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향후 개별 국가와의 양자 관계 강화와 기술 우위 확보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위산업계는 이번 결과를 교훈 삼아 국방기술 수출 전략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