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사과한 배재고 야구부, 광주서 역사 성찰의 시간 가져
배재고 야구부가 5·18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구호를 외친 지 일주일 만에 광주제일고를 방문해 공식 사과했다. 두 교육감이 참석한 가운데 선수단은 눈물로 사과문을 낭독하고 국립5·18민주묘역을 참배하며 역사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서울 배재고 야구부 선수단이 지난달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구호를 외친 지 일주일 만에 광주제일고를 찾아 공식 사과의 시간을 가졌다. 6일 오후 광주제일고 대강당에서 진행된 이 자리에는 배재고 야구부 선수와 학부모, 학교 관계자는 물론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이 함께 참석해 교육적 의미를 더했다.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후문으로 들어온 배재고 선수단은 굳은 표정으로 대강당에 입장했고, 학생대표가 낭독한 사과문을 통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대표는 사과문에서 "야구장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인해 큰 상처를 입은 광주시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저희 선수들은 야구를 떠나서 인성이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눈물을 닦아냈다. 사과문 낭독 중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은 여러 차례 눈물을 흘리며 흐느껴 현장의 감정을 자극했다. 야구부 감독도 별도의 사과문을 작성해 광주일고에 전달했으며, 사과를 받은 광주일고 야구부 대표는 "저희도 그동안 상처 주는 언행을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화답했다. 이는 단순한 일방적 사과를 넘어 상호 성찰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과식 이후 배재고 야구부 선수단은 국립5·18민주묘역으로 이동해 오월 영령들에 대한 참배를 진행했다. 두 교육감이 직접 동행한 이 참배는 단순한 형식적 의례를 넘어 청소년 선수들이 역사의 무게를 몸소 느끼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체험하는 교육의 장이 되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경기에서 배재고 야구부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 신군부의 진압 작전을 연상시키는 구호를 외친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배재고 야구부는 6개월간의 출전정지라는 무거운 징계를 받았으며, 이날의 사죄 방문과 참배가 향후 징계 수위 완화나 청소년 선수들의 구제 조치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교육감은 이번 사건을 교육적 성찰의 계기로 삼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하려는 용기는 소중한 가치"라며 "오늘의 만남은 단순한 사과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뜻깊은 교육의 과정이자 민주주의를 배우는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도 "학생들이 진심으로 성찰하고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적 회복을 전개할 것"이라며 "잘못에 대하여 사과하는 용기와 이를 포용과 넓은 마음으로 맞아주는 연대의 정신이야말로 우리 학생들이 평생 가슴에 품어야 할 민주시민의 가치"라고 화답했다. 양 교육청은 이번 일이 또 다른 갈등과 혐오로 이어져서는 안 되며 전국적인 교육적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교육청은 관내 전체 운동부를 대상으로 인권 및 건전한 응원 문화 조성을 위한 전수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방문 등을 포함한 민주시민교육 종합계획을 다음 달 중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은 이번 사태를 일회성 면피용 대응을 넘어 역사의식 왜곡을 바로잡을 구조적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동학의 대동정신과 광주학생독립운동, 5·18민주정신 등 지역이 가진 깊은 역사적 자산을 바탕으로 전남광주를 "대한민국 민주주의 교육 특별시"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특별법에 담긴 민주시민교육 특례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전당"(가칭) 건립을 추진하고, 학교 현장에서도 헌법교육과 참여형 수업, 지역 역사 자원을 활용한 "민주주의 현장 교육"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교육계 전반도 이번 사건을 구조적 개선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교총, 전교조, 서울교사노조 등 교육단체들은 최근 성명을 통해 사건 직후 급조되는 특별 교육이나 형식적인 기존 예산 투입만으로는 고착화된 또래 내 혐오 문화를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해 왔다. 이는 이번 배재고 사태가 단순한 개별 학교의 문제가 아닌 전국 교육 현장의 인성 교육과 민주시민의식 강화가 얼마나 시급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이번 사건이 청소년 선수들의 성장 기회로, 그리고 전국 학교 현장의 교육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