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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 27.6% 늘어나며 기업 회생신청 급증, 고금리·내수부진 이중고

국내 기업의 회생신청이 급증하고 있으며, 한계 기업 비중이 27.6%에 달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의 이중고 속에서 무리한 차입 경영을 해온 기업들이 자금난에 빠진 상황이다.

한계기업 27.6% 늘어나며 기업 회생신청 급증, 고금리·내수부진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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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역사의 악기 제조업체 아이파크영창, 설립 30년의 전동차 제조업체 다원시스, 그리고 대형 유통업체 홈플러스까지. 최근 몇 개월 사이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대·중소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아이파크영창은 2011년부터 15년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채 올해 4월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다원시스도 3월 말 같은 절차를 밟았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시장 변화에 발맞춰 사업 체질을 개선하지 못한 가운데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의 삼중고에 시달리다 결국 자금난에 빠졌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2월 미국과 이란 간의 지정학적 긴장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물가와 환율이 동시에 치솟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가중되면서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했다는 게 기업들의 목을 조이고 있다.

기업 회생신청이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상장사의 한계 기업 비중이 27.6%에 달해 조사 대상 6개국 중 미국(30.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계 기업이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된 기업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기업들이 대거 존재한다는 것은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들 한계 기업이 자금을 수혈받으면서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금융사들은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에 자금을 계속 공급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고, 이는 결국 금융시스템 전체의 건전성 저하로 이어진다.

내수 부진과 무리한 차입 경영의 결합이 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 56.8%가 2025년 경영 환경이 어려웠다고 응답했으며, 그 주요 요인으로 내수 부진(79.8%)을 꼽았다. 특히 이러한 어려움은 영세한 중소기업에서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기업심리지수를 보면 제조 대기업은 104.5로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제조 중소기업은 95.7로 2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반도체 등 수출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내수 업종의 부진이 심각해지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 김포시의 한 음료 도소매 유통업체는 지난해 12월 파산을 선고받았는데, 이 회사는 2016년 설립 후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음료를 납품하는 사업을 해왔으나 내수 부진으로 폐업 가맹점이 늘어나고 직거래가 증가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무리한 차입 경영이 기업들의 위기를 가중시켰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재무 건전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일단 자금을 빌려와 사업을 키우려던 기업들이 금리 인상 국면에서 큰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약 4조 원의 빚을 내며 인수 초기부터 높은 부채 비율을 안고 출발했다. 당시 저금리 환경에서는 이러한 차입 경영이 가능했지만,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되면서 이자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 기업들은 일시적인 자금난을 버티기 위해 추가 차입을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고, 결국 회생절차나 파산 신청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고금리 상황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기 기업들에 대한 투명하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수근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업들은 자금 사정이 어려우면 가급적 빨리 회생절차 등을 신청해서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지금은 기업들이 너무 망가진 뒤에 절차를 시작해서 회사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업들이 문제를 숨기거나 미루다가 결국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고통받는 기업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경쟁력을 잃은 부실 기업은 속히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인공지능 발달 등으로 시장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의 파산과 회생절차 신청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업들이 미리 구조 개선에 나서고, 정부와 금융기관도 위기 기업의 조기 발굴과 투명한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