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0만 섬나라 카보베르데, 월드컵 디펜딩챔피언과 벼랑 끝 접전
인구 50만 명의 카보베르데가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연장전까지 벌인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월드컵 첫 진출국인 카보베르데는 조별리그에서 유럽 챔피언 스페인과 비기고 32강에 올랐으며, 아르헨티나전에서 두 차례 동점을 만들며 세계 최강팀과 대등한 경쟁력을 보였다.
인구 50만 명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펼친 극적인 경기는 국제 축구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4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32강전에서 카보베르데는 정규시간 1-1로 맞선 뒤 연장전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2-3으로 패배했다. 그러나 세계 최강 팀을 상대로 두 차례나 동점을 만들어낸 카보베르데의 저력은 단순한 패배가 아닌 역사적 성취로 평가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아르헨티나가 카보베르데의 강한 저항에 밀려 벼랑 끝까지 몰렸으며, 결국 연장 후반 자책골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카보베르데의 월드컵 본선 진출 자체가 이미 기적이었다. 이번이 역대 월드컵 본선에 처음 오른 국가로서, 조별리그에서 유럽 챔피언 스페인과 0-0으로 비기고 우루과이를 상대로 월드컵 첫 골을 기록했다.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비기며 32강에 진출한 것은 이번 대회 월드컵 데뷔국 가운데 유일한 성과였다. 국토 면적이 약 4000제곱킬로미터이고 인구가 50만 명 안팎인 카보베르데는 역대 월드컵 본선 진출국 중 가장 규모가 작은 국가다. 국내 인구보다 해외에 거주하는 카보베르데계 공동체가 더 크며, 국가대표팀도 포르투갈,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 해외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카보베르데의 저력을 보여준 핵심은 40세 골키퍼 보지냐였다. 스페인전에서 7개 슈팅을 막아낸 보지냐는 경기 종료 후 눈물을 흘리며 카보베르데 국기를 들어 올렸고, 그 장면은 전 세계로 퍼졌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도 8세이브를 기록하며 총 4경기에서 18개의 선방을 만들어냈다. 현재 포르투갈 2부리그 소속팀이 없는 무소속 상태인 보지냐가 월드컵 무대에서 유럽 챔피언과 세계 챔피언을 상대로 잇따라 선방쇼를 펼친 것은 카보베르데의 단합된 의지를 상징했다. 스코틀랜드 국가대표 출신인 BBC 해설위원 제임스 맥패든은 카보베르데가 졌지만 이겼다며 용기와 단결, 믿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카보베르데의 경기력 자체도 주목할 만했다. 약체 국가들이 흔히 보여주는 소극적인 수비 축구나 뻥축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카보베르데는 자신의 진영에서든 상대 진영에서든 끝까지 패싱 플레이와 빌드업으로 상대 진영을 뚫려고 시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유럽 2부리그 등을 중심으로 뛰는 디아스포라 선수들이 주축이 된 팀이 세계 챔피언과 대등하게 맞섰다고 높이 평가했다. 대표팀 수비수 로베르토 '피코' 로페스는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좋은 일 중 하나는 이제 아무도 카보베르데가 지도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 자신을 세계 지도 위에 올려놓았다고 말했다.
카보베르데의 돌풍은 48개국으로 확대된 월드컵 체제를 둘러싼 논쟁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경기 수준이 떨어지고 일방적인 승부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으나, 카보베르데는 출전국 확대가 아니면 보기 어려웠을 작은 나라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페드루 레이탕 브리투 감독은 자신들이 작은 나라일지 모르지만 세계 최고 팀들과 경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세계 챔피언을 상대로 두 차례 동점을 만든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자평했다. 비록 대진표에서는 카보베르데가 탈락했지만, 북중미 월드컵에서 가장 오래 기억될 팀 가운데 하나로 남을 것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