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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구독료 달러 유출 심화…원화약세 부추기는 악순환

국내 생성형 AI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매달 미국으로 유출되는 달러가 증가하고 있다. 지식서비스수지 적자가 4년 만에 4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경쟁력 있는 국산 AI 개발 부재가 원화 약세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AI 구독료 달러 유출 심화…원화약세 부추기는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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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등 해외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에 대한 국내 수요가 급증하면서 매달 수십 달러씩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달러 유출이 원화 약세의 새로운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AI와 OTT, 클라우드 등 해외 플랫폼 이용 확산으로 인한 지식서비스수지 적자가 2023년 약 8조6000억원에서 내년 약 32조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불과 4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하는 규모로, 이는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신호다. 특히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자의 폭발적 증가가 이러한 적자 확대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 생성형 AI 이용자 수는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과 리테일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챗GPT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는 2345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구글의 제미나이는 845만명,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241만명에 달했으며, 1년 사이에 클로드는 12배, 제미나이는 11배 증가했다. 이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두 명 중 한 명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생성형 AI 앱을 이용한다는 의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싱크탱크 AI 이코노미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생성형 AI 사용률은 37.1%로 조사 대상 80개국 중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러한 급속한 확산은 한국이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시장임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달러 유출의 가속화를 의미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AI 서비스 이용료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의 기본 유료 플랜은 월 20달러 안팎이지만, 고급 기능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비용은 훨씬 높다. 특히 개발자나 전문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상위 요금제인 '클로드 맥스'는 월 100~200달러로 일반 유료 플랜의 최대 10배에 달한다. 지난달 앤트로픽이 출시한 최상위 모델 '클로드 파벨5'는 월정액 구독이 아닌 종량제 방식을 도입했으며, 요금은 이전 최상위 모델의 2배 수준이다. 한 30대 개발자는 월 200달러 요금제를 사용해도 개발 과정에서 기본 사용량을 빠르게 소진하며, 추가 크레디트를 구매하다 보면 월 100만원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고 증언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지출 증가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구조적 달러 유출로 이어진다.

이러한 달러 유출 구조는 일반 소비자를 넘어 기업 차원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이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면서 해외 AI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이에 따른 컨설팅 비용 등 추가 서비스 구매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서비스수지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한국이 이러한 달러 유출에 제대로 대응할 국산 생성형 AI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사카나AI의 AI 오케스트레이션 시스템 '후구'를 개발해 세계적 주목을 받았고, 중국은 딥시크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정부 주도의 '국가대표 AI'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단순한 경제 지표를 넘어 환율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글로벌 생성형 AI 소비자 지출이 2023년 약 344조원에서 2030년 약 1018조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이 거대한 시장에서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커지는 파이가 곧 한국의 달러 유출 증가로 직결된다.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는 국내 AI 모델과 클라우드, 데이터 인프라스트럭처를 강화하는 소버린 AI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리은행의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 이미 '디지털 적자'가 엔화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한국도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상품수지 흑자 폭이 줄고 서비스수지 적자가 계속 확대된다면 환율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한국이 경쟁력 있는 국산 AI를 개발하지 못한다면, AI 구독료로 인한 달러 유출이 원화 약세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