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매각으로 임차료 4천억 원대로 급증한 홈플러스, 11년 만에 파산 위기
한때 대형마트 2위였던 홈플러스가 사모펀드 엠비케이의 근시안적 경영으로 파산 위기에 놓였다. 점포 매각으로 연간 임차료 4천억 원이 증가하면서 온라인 투자 여력을 잃었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최종 몰락했다.
한때 전국 140여 개 점포를 운영하며 대형마트 업계 2위에 올랐던 홈플러스가 지난 3일 법원의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2015년 사모펀드 엠비케이(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지 11년 만의 일이다. 이커머스의 급성장으로 대형마트 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경쟁사들과 달리 홈플러스만 무너진 배경에는 최대주주인 엠비케이의 근시안적인 인수·경영 방식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홈플러스 점포는 67곳으로 줄어들었으며, 이는 회생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을 의미한다.
엠비케이는 2015년 약 3조 2천억 원의 자기자본과 약 2조 7천억 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활용해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인수 이후 경영 전략은 장기적 경쟁력 강화보다는 단기 자산 유동화에 집중되었다. 엠비케이는 '알짜' 평가를 받는 우량 점포 68개를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한 뒤 이를 다시 임차해 사용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자산을 현금화했다. 이러한 방식은 즉각적인 유동성 확보에는 효과적이었지만, 대형마트의 핵심 자산인 점포망을 훼손하면서 회사의 생존 기반을 근본적으로 약화시켰다.
점포 매각의 가장 심각한 후유증은 임차료 부담의 급증이었다. 연간 점포 임차료가 약 4천억 원 수준까지 증가하면서 온라인 전환과 물류 투자 등 미래 경쟁력을 위한 자금 투입이 불가능해졌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각각 창고형 할인점과 국외 사업 등으로 위기를 버텨낸 것과 달리, 홈플러스는 고정비 부담만 증가하면서 수익성 악화의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2021년 처음으로 133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해 영업손실은 5464억 원에 달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은 홈플러스에 결정타가 되었다. 유통업의 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점포 기반의 수익성이 급락했다. 세일 앤 리스백으로 쌓인 임차료 부담이 있는 상태에서 매출 회복이 더뎌지자 수익성은 해를 거듭할수록 악화되었다. 이런 실적 악화는 신용등급에도 반영되어 지난해 2월 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강등했다. 등급 강등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홈플러스는 같은 해 3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후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엠비케이와 메리츠금융그룹은 긴급운영자금 조달 주체를 두고 공방만 주고받으며 실질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홈플러스가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평가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5월 하림그룹의 NS홈쇼핑에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매각해 1206억 원을 확보했지만, 기업회생에 필요한 최소 2천억 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끝내 확보하지 못했다.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은 입장문을 통해 엠비케이가 투자금 회수에만 집중하며 성장을 위한 투자를 외면했고, 메리츠금융그룹의 고금리 금융부채가 추가되면서 현재의 위기가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 추구 경영이 대형 유통기업의 몰락으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