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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유통공룡 홈플러스 30년 만에 몰락…사모펀드 경영 실패와 규제가 부른 참극

한때 유통업계 2위였던 홈플러스가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로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사모펀드 MBK의 과다 차입 경영,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 이커머스 시대로의 대응 실패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며, 대주주와 채권자 간 책임 회피로 마지막 기회까지 놓쳤다.

한때 이마트, 롯데마트와 함께 국내 대형마트 시장을 주도했던 홈플러스가 법원의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1997년 삼성물산이 대구에 1호점을 개점한 지 30년 만에 공중분해될 처지가 된 것이다. 법원이 회생절차를 직권으로 폐지한 배경에는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간 책임 회피, 그리고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경영진의 실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홈플러스의 몰락은 단순한 한 기업의 부도가 아니라 낡은 유통 규제, 이커머스 시대로의 전환 실패, 그리고 사모펀드 경영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2013년 9조원에 가까운 매출과 338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업계 2위에 올랐던 명실상부한 유통 공룡이었다. 하지만 2015년 MBK 컨소시엄이 7조2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이는 국내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였지만, MBK는 인수자금의 60% 이상을 차입금으로 조달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매년 수천억원대의 빚 부담에 시달려야 했다. MBK는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우량 점포 68곳을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는 오히려 연간 수천억원의 임차료 부담으로 변모하면서 회사의 체질을 더욱 악화시켰다. 2021년부터 적자 행진을 이어온 홈플러스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여력을 잃어버렸다.

홈플러스의 추락에는 정부 규제도 큰 역할을 했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 월 2회 의무휴업과 심야 영업 제한을 강제했다. 이는 영업 시간 축소로 인한 매출 감소를 의미했고, 이미 차입금으로 몸살을 앓던 홈플러스에게는 치명적이었다. 더욱 결정적인 타격은 이커머스 시대의 도래였다. 쿠팡과 배달의민족 같은 배송 플랫폼들이 부상하면서 전통 대형마트의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홈플러스는 자금난 속에서도 이러한 시대 변화에 적기에 대응해야 했지만, 경영진은 구조 조정에 실패했다. 여기에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가 점포 매각과 인력 감축에 반대하며 장기간 파업과 시위를 벌인 것도 회사의 회복력을 더욱 약화시켰다.

법원이 회생절차를 폐지하기까지 MBK와 메리츠 간 책임 회피가 계속됐다. 두 기관은 한 달 이상 "상대가 더 많은 수익을 올렸으니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MBK는 2016년부터 2023년 사이에 홈플러스의 유형자산 4조1130억원어치를 매각해 빚을 갚고 투자금을 회수했다. 메리츠도 2024년 5월 홈플러스에 1조3000억원을 대출하면서 원금 1348억원과 이자·수수료 1213억원을 챙겼다. 하지만 법원이 회생에 필요한 2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요구하자, 메리츠는 MBK가 홈플러스 투자로 약 1조2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했고, MBK는 메리츠가 담보로 잡은 64개 점포(담보가액 1조5600억원)를 처분해 이익을 볼 것이라고 반박했다. 메리츠는 "1000억원 이상은 절대 내놓을 수 없다"며 대치했다. 청산이 확정되면 MBK의 지분 가치는 사실상 소멸하게 되는데, 이는 MBK가 더 이상 자금 투입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홈플러스의 파산은 근로자와 협력업체, 그리고 지역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납품·협력사 4603곳 중 47%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홈플러스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중 담보권이나 우선변제권이 없는 업체는 대금 회수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마트노조는 "홈플러스가 청산절차로 향하면 수십만의 일자리와 지역경제가 무너질 것"이라며 정부의 회생 방안 마련을 호소했다. 홈플러스의 몰락은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 추구 경영, 경직된 정부 규제, 그리고 경영진의 시대 대응 실패가 만든 비극이다. 이제 남은 것은 회사의 청산 과정에서 약자들이 얼마나 보호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