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뉴스나우
스포츠

카보베르데의 투혼, 약체 폄훼 논란을 뒤집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인구 52만 명의 아프리카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조별 리그를 통과하고 아르헨티나와의 32강전에서 연장전까지 펼치며 약체 국가에 대한 편견을 깨뜨렸다. 이는 UEFA 회장의 약체 국가 폄훼 발언에 대한 강력한 반박이 되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이 기존의 32개국 체제에서 48개국 체제로 확대되면서 축구 강국들 사이에서도 예상 밖의 결과들이 속출하고 있다. 독일, 네덜란드, 크로아티아 같은 세계적 강호들이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으며, 이는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16개 증가하면서 32강전이 토너먼트의 출발점이 된 데 따른 결과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며, 이번 대회는 그러한 축구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유럽축구연맹(UEFA)의 알렉산데르 체페린 회장이 논란을 촉발했다. 슬로베니아 출신인 체페린 회장은 대회 개막을 앞두고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된 월드컵으로 인해 흥미로운 경기가 줄어들었다"며 약체 국가들을 '작은 나라'라고 조롱했다. 이 발언은 축구 강국 중심의 구조적 편견을 드러낸 것으로, 전 세계 축구계에서 즉각적인 비판을 받았다. 약체로 분류된 13개국의 축구협회가 공동 성명을 발표해 체페린을 성토하며 "우리도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항변했다.

이 공동 성명에 참여한 카보베르데는 아프리카 서부 대서양의 섬나라로 인구가 52만 명을 조금 넘는다. 1975년 포르투갈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후 월드컵 본선 무대에 처음 진출한 카보베르데는 스페인, 우루과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H조에 배치됐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카보베르데가 조별 리그에서 꼴찌로 탈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카보베르데는 이 같은 예상을 철저히 무너뜨렸다. 조별 리그에서 세 나라와 모두 비기며 승점 3점을 획득한 카보베르데는 우루과이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조 2위로 조별 리그를 통과했다. 이는 약체 국가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위험한 판단인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32강전에서 카보베르데는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와 맞붙었다. 리오넬 메시를 앞세운 아르헨티나는 전 세계 축구팬들이 주목하는 팀이었고, 카보베르데와의 경기는 일방적인 결과로 끝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카보베르데 선수들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연장 전반에 시드니 카브랄 선수가 동점 골을 터뜨려 경기를 2-2로 만들며 강팀에 맞서는 투혼을 보여줬다. 결국 아르헨티나가 3-2로 경기를 이기며 16강에 진출했지만, 카보베르데의 도전은 축구 팬들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40세의 베테랑 골키퍼 보지냐 선수는 신들린 듯한 선방으로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카보베르데의 2026 월드컵 여정은 32강전에서 막을 내렸지만, 그들의 성과는 단순한 숫자로 평가할 수 없다. 인구 52만 명의 작은 섬나라가 세계 무대에서 보여준 도전정신과 투혼은 축구의 본질을 되짚어주는 계기가 됐다. 체페린 회장의 폄훼 발언과 달리 약체 국가들의 월드컵 참가는 축구의 민주화이자 스포츠 정신의 확산이다. 카보베르데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들은 월드컵이 강국만의 축제가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축구 꿈을 담은 무대임을 증명했다. 축구 팬들은 카보베르데 선수들의 투혼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그들은 정말로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