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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배재고 야구부 광주 공식 사과, 처벌 대신 교육으로 품은 광주의 관용

배재고 야구부가 5·18민주화운동을 조롱한 구호로 논란을 빚은 가운데, 6일 광주를 방문해 광주제일고에 공식 사과하고 국립5·18민주묘지를 함께 참배했다. 광주 교육계는 중징계와 함께 역사 교육으로 학생들을 품어 안기로 결정했으며, 96년 전 일제강점기 두 학교의 역사적 인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구호를 외친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6일 광주광역시를 방문해 공식적인 사과의 뜻을 전했다. 배재고 방문단은 피해 학교인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찾아 부적절한 응원 구호가 나온 경위를 설명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진행했다. 이후 두 학교 야구부와 교직원들은 함께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며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의미를 되새기고 존중의 스포츠 정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 김대중 전남광주특별시교육감도 동행하여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직접 설명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대회에서 비롯되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선수들이 상대 팀인 광주제일고를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는 구호를 반복해서 외친 것이다. 이 구호들은 지난 5월 18일 스타벅스코리아가 진행한 '탱크데이' 프로모션을 연상시키는 지역 비하 발언으로, 5·18의 역사적 아픔을 희화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되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즉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긴급 개최하여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출전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렸으며, 이는 경기 질서 문란 행위에 적용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징계였다. 결과적으로 배재고는 청룡기 몰수패를 당했으며 올 시즌 남은 전국대회에 일절 출전할 수 없게 되었다.

광주 교육계는 단순한 처벌을 넘어 역사 교육과 관용으로 학생들을 품어 안기로 결정했다. 광주제일고 이규연 교장은 "잘못을 반성하고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5·18민주묘지를 함께 참배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으며, 당초 배재고의 사과 방문을 거절했던 광주제일고가 학생들의 진심 어린 반성과 새 출발의 기회 필요성을 수용하여 최종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사태 직후 "서울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으로서 광주제일고와 광주시민에게 사과드린다"며 배재고 야구부에 내려진 징계를 무겁게 받아들였다. 다만 그는 책임을 묻는 과정은 교육의 원칙 안에서 이뤄져야 하며 학생 개인을 향한 과도한 혐오 표현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관내 전체 학교운동부를 대상으로 차별적 표현 근절을 위한 긴급 교육을 지시했다.

이번 사태의 배경이 된 스타벅스 탱크데이 프로모션은 지난 5월 18일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스타벅스코리아가 진행한 마케팅 행사였다. 당시 스타벅스는 '탱크데이'와 '책상의 탁' 등의 부적절한 문구를 사용하여 5·18의 역사적 아픔을 희화화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신세계그룹은 즉각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정용진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사태를 수습한 바 있다. 이러한 사건이 학생들의 구호에 영감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흥미롭게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광주제일고와 배재고가 일제강점기에 맺은 역사적 인연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1929년 광주 학생독립운동 당시 광주제일고의 전신인 광주고보 학생 339명이 일제에 의해 구속되고 제적당했고, 이듬해인 1930년 배재고의 전신인 배재고보 학생들은 광주 학생들의 석방을 촉구하며 만세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로 배재고보 학생 23명이 구속되어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96년 전 광주를 위해 기꺼이 연대했던 배재의 후배들이 이번에는 5·18을 조롱한 잘못을 뉘우치기 위해 광주를 찾은 것이다. 가해자를 처벌로 내치기보다 교육으로 품어 안으려는 광주의 관용과 두 학교의 깊은 역사적 인연이 맞물려 사회에 큰 울림을 남기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도 입장문을 통해 "기성세대가 성숙한 사회를 만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으며, 이번 사건이 전국 학생선수들의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