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위해 상대방 개인정보 제출…대법 '정당행위 면책' 판단
대법원이 손해배상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의 성명과 주소를 법원에 제출한 유치원 원장의 행위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닌 '정당행위'로 판단했다. 소송상 필요한 개인정보 제출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법적 원칙을 명확히 한 판결이다.
유치원 원장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상대방의 성명과 주소를 법원에 제출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소송 과정에서 필요한 개인정보 제출이 '정당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적 원칙을 명확히 한 것으로, 향후 민사소송 절차에서 개인정보 취급 기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2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치원 원장 A씨에 대해 1심과 2심에서 선고한 벌금 50만원을 취소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발표했다. A씨는 2022년 학부모 B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자녀 입학 당시 학비지원금 신청을 위해 수집했던 B씨의 성명과 주소를 별도 동의 없이 변호사에게 제공하고 소장에 기재해 법원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1심과 2심 법원은 원래의 개인정보 수집 목적을 벗어난 이용이라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송 과정에서 법원의 주소보정명령이나 사실조회 등 적법한 절차를 통해 상대방의 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으므로, A씨의 행위를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2심은 양형부당을 인정해 벌금을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감형했지만, 여전히 위반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혀 다른 법리를 적용했다. 대법원은 '소송상 필요한 주장이나 증명을 위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를 법원에 제출하는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성명과 주소를 적법하게 수집했으며, 이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명과 주소는 개인정보에 해당하지만 민감정보는 아니며, 민사소송법상 소장에 당사자의 성명과 주소를 기재하는 것은 소 제기를 위해 필수적인 절차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추가적으로 법원이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장을 보관·관리하고, 열람과 복사에도 개인정보 보호 절차를 적용하므로 사건과 무관한 제3자에게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를 토대로 대법원은 원심이 형법상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이번 판결은 소송 절차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소송권 행사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