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대란의 숨은 원인, 애플의 가격 후려치기?
마이크론 CEO가 2023년 메모리 가격 폭락의 책임이 고객사의 과도한 가격 인하 압박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애플의 가격 인상 설명에 대한 반박으로, 당시 극심한 손실로 인한 업계 투자 축소가 현재의 메모리 공급 부족을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메모리 공급 부족 사태를 두고 반도체 업계 내 책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메모리 수급 불균형이 공급업체만의 책임이 아니며, 일부 대형 고객사의 과도한 가격 인하 압박이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메흐로트라 CEO는 "최근 메모리 수급 불균형은 공급업체만의 책임이 아니다"며 "일부 고객들이 업계 가격을 지나치게 끌어내렸다"고 지적했다. 이는 팀 쿡 애플 CEO가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맥과 아이패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한 것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메흐로트라 CEO의 주장의 핵심은 2023년의 극심한 메모리 가격 하락에 있다. 그는 "2023년 메모리 가격은 이전의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고 기업들은 돈을 벌지 못했다"며 "그 결과 업계의 투자 능력이 크게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이크론의 2023회계연도 매출총이익률은 마이너스 7.3%를 기록했으며, 설비투자는 전년도 121억 달러에서 77억 달러로 36% 감소했다. 이는 단순한 경기 둔화를 넘어 메모리 업계 전체의 구조적 위기를 보여주는 수치다. PC와 스마트폰 수요 둔화로 인한 공급 과잉이 가격 폭락을 초래했고, 저수익성은 기업들의 신규 투자 의욕을 완전히 앗아갔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마이크론이 이 시기에도 투자를 계속했다는 부분이다. 메흐로트라 CEO는 "마이크론도 투자를 줄이기는 했지만 생산시설과 기술 개발은 계속 이어갔다"며 "이 같은 결정이 현재 AI 시대의 폭발적인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는 경쟁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는 마이크론이 고객사의 가격 압박 속에서도 장기적 관점을 유지했으며, 그 결과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 시기에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반면 투자를 대폭 축소한 다른 업체들은 현재의 메모리 수요 폭증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메흐로트라 CEO는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 수년이 걸리고 차세대 메모리 제조 공정도 훨씬 복잡해졌다"며 "메모리 공급 부족은 내년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마이크론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생산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를 진행 중이다.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와 뉴욕주 시러큐스에 신규 메모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보이시 공장에서는 내년 중반부터 첫 제품 생산이 시작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보이시 용지에 2개의 생산라인을 추가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논쟁은 반도체 산업의 수급 불균형 문제가 단순히 기술이나 투자 부족만이 아니라 고객사의 협상력과 시장 구조 문제와도 깊은 연관이 있음을 시사한다. 마이크론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형 고객사들의 과도한 가격 인하 압박이 반도체 업계 전체의 투자 역량을 약화시켰고, 이것이 AI 시대의 메모리 부족 현상을 심화시킨 악순환의 고리가 된 셈이다. 메흐로트라 CEO는 "당시 고객들조차 지금과 같은 AI 수요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메모리 공급 확대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메모리 가격 안정화와 공급 정상화를 위해서는 고객사와 공급업체 간의 상생적 협력 체계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