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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배재고 사과 제의 거부, 광주일고 학생들 심리 치유 우선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의 '스타벅스 응원 구호' 논란으로 사과 방문을 시도했으나, 광주일고가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이유로 거부했다. 5·18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확산된 이 사건은 교육청과 양 학교 간 신속한 해결과 피해자 보호의 균형을 맞추는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의 사과 방문을 중재하려 했으나, 피해 학교인 광주제일고가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이유로 거부했다. 이는 전국 고교야구대회 중 발생한 '스타벅스 응원 구호' 논란이 단순한 학교 간 분쟁을 넘어 사회적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시교육청은 1일 배재고 교직원과 야구부 소속 학생, 학부모가 광주일고를 직접 방문해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전하려는 의사를 광주일고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주일고는 현재 학생들이 사과를 받아들일 만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며 방문 재고를 요청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중 배재고와 광주일고의 경기에서 비롯됐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 선수들은 상대 더그아웃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외쳤고, 한 학생은 '탱크 데이'라고 크게 소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진행한 텀블러 할인 이벤트에서 '5·18 탱크데이', '책상에 탁'이라는 논란의 홍보 문구를 연상시키는 것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배재고 학생들의 응원 구호는 역사적 비극을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으며 사회 전반의 분노를 야기했다.

배재고 측은 학교 자체 조사를 통해 부원 1명이 기존 응원 구호에 '스타벅스'를 넣어 개사한 구호를 외치자 나머지 학생들이 우발적으로 따라 부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조직적이고 계획된 행동이 아니라는 해석을 제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배재고가 소셜미디어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서울시교육청이 차원에서 조사에 착수했음에도 논란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유족회, 부상자회, 공로자회 등 5·18 3단체와 5·18기념재단이 일제히 비판 성명을 발표했고, 전국 교원단체들도 역사왜곡과 극우 놀이 문화에 대한 범정부적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항의서한을 전달했으며, 해당 사안은 스포츠공정위원회에 회부되었다. 광주일고 학생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조치다. 서울시교육청은 광주일고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배재고는 언제든 직접 방문해 사죄할 의사가 분명하지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방문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간의 빠른 화해를 원하는 입장과 피해자들의 심리 회복을 우선시하는 입장이 충돌하는 모습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고등학교 야구 경기 중의 응원 구호 논란을 넘어 한국 사회의 역사 인식과 세대 간 가치관 차이를 드러내는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에는 프로 지명을 노리는 선수들도 포함돼 있어, 이번 사안이 이들의 진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건이 완전히 해결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이며, 교육청과 양 학교가 학생들의 신체적·정신적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으면서도 역사적 책임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