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6조 호남 반도체 투자, 국가전략 vs 권력농단 논쟁으로 격화
이재명 대통령이 주도하는 896조원 규모의 호남 반도체 투자 프로젝트가 국가균형발전 전략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는 한편, 야권은 권력농단과 지역 특혜, 반도체 초과세수의 무제한 투입 우려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광주·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대규모 첨단산업 투자 프로젝트가 국내외에서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광주에서 개최된 '서남권 국민보고회'에서 발표된 이 프로젝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엠코코리아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참여하는 896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으로, 정부는 이를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전략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야권에서는 졸속 추진과 특정 지역 특혜라는 비판을 제기하며 국정조사까지 언급하면서 정치권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대통령실의 이번 프로젝트는 인공지능, 반도체, 재생에너지를 축으로 서남권의 산업 기반을 혁신하려는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행사 직전 광주 군공항 이전 후보지와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항공 시찰하며 사업 추진 상황을 직접 점검했으며,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언급하면서 반도체 수요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동시에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8월 '반도체 특별법' 시행과 함께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직접 위원장을 맡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청와대에 전담팀을 구성해 사업 지연이 없도록 전 과정을 책임 있게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프로젝트는 해외 주요 경제지들로부터도 주목받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0일자 신문 1면에 이 대통령과 삼성전자 회장의 인사 장면을 사진과 함께 비중 있게 게재하며, 수도권에 집중된 한국의 산업 구조를 완화하고 지역 성장거점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국가 전략으로 분석했다. FT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과 리쇼어링 압박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시도로도 평가했으며, 이는 단순한 지역개발이 아닌 국제 경제 질서 변화에 대응하는 국가적 차원의 전략이라고 조명했다.
그러나 야권인 국민의힘은 이 프로젝트에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박상웅 원내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권력농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며, 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투자 타당성에 대한 소상한 설명을 요구하면서 국정조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SNS를 통해 이번 발표가 지자체 간의 '공정한 혁신 경쟁'보다는 '불공정한 정치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전력과 용수 공급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추진됐다고 비판했다.
야권의 가장 핵심적인 우려는 반도체 초과세수의 사용처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3년간 최대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초과세수가 특별회계 명목으로 세탁되어 호남권 반도체 인프라에 무제한 투입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산업통상부가 지난달 25일 입법예고한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을 근거로 들면서 '한도 없는 반도체특별회계 추진은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과 기업이 만들어 낸 국부는 대통령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백지수표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정부와 야권 간의 시각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향후 충청권과 영남권에서 예정된 권역별 국민보고회와 후속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정치적 논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