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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 수도권 집중 완화…호남 중심 분산 정책 평가와 과제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역 분산 정책이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나, 산단 조성 일정의 현실성 부족과 인력 정착 어려움, 데이터센터의 제한적 일자리 창출 등이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 수도권 집중 완화…호남 중심 분산 정책 평가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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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산업의 지역 분산 정책이 전통의 경부축 중심 산업정책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호남에 제조 거점, 충청에 패키징 등 후공정, 영남에 소재·부품·장비 등을 배치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는 그동안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공정을 전국으로 분산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호남 제조 거점에 800조원이라는 가장 큰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지는 점은 1970년대 중화학공업화 이후 이 정도 규모의 산업정책이 경부축을 벗어난 첫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진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이러한 분산 정책의 장점을 분석했다. 수도권에 모든 라인을 집중하기보다 이미 인프라를 갖춘 지역 거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면 수도권 집중 완화와 제조 인력의 지역 유입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수도권 공정 집중으로 인한 전력과 용수 확보의 비용·불확실성을 극복하면서, 그간 균형발전의 주요 과제였던 비수도권 인재 유치 기반을 확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광주에서 대구를 잇는 달빛철도 건설과 부산에서 목포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건설 등 동서 연결망 강화도 이러한 분산 전략의 실현 가능성을 높인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부의 산업정책이 실제 효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산단 조성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인허가·보상·설계의 동시 진행 등 '패스트트랙'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23년 조성 계획을 발표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예타 면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2031년에야 용지 조성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장 건설과 가동은 그 이후의 일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5년 목표는 비현실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핵심 인력의 지역 정착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연구자는 용인이 대형 병원과 교육 인프라 등 신도시 수준의 환경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수도권 지역에서 이 정도의 인프라를 갖추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핵심인 연구·개발 인력이 비수도권 이주를 꺼리는 경향은 쉽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이는 단순히 산업 시설을 지역에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주거·교육·의료 등 생활 인프라의 동시 구축이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에 대해서는 더욱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울산·동해·세종 등에 추진 중인 AI 데이터센터는 소음과 수자원 고갈 같은 환경 문제로 지역 주민의 반발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대량의 전력과 물을 소비하고 진동·소음을 발생시키면서 광범위한 반대운동이 일어나 건립이 무산된 사례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데이터센터는 제조업처럼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을 고용하지 못하고, 시설 유지·관리 등으로 100명에서 200명 정도만 고용할 수 있다. 이는 환경 부담에 비해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다는 의미로, 진정한 국토 균형발전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결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분산 정책은 방향성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실행 과정에서의 현실성과 최종 효과의 체감도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산업 시설 조성 일정의 현실화, 인력 정착을 위한 생활 인프라 구축, 그리고 환경 문제와 일자리 창출 효과의 균형 있는 검토가 정책의 실효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