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급증으로 기업대출 포화…사모신용 시장 주목
AI 산업의 급속한 성장으로 기업 직접대출 시장의 신용 사이클이 성숙 단계에 진입하면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사모신용과 자산기반금융을 새로운 투자 기회로 주목하고 있다. 담보 자산 기반의 사모신용은 기업 이익에 의존하지 않아 다양한 시장 환경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따른 대규모 자본지출이 미국 경제를 주도하면서, 전통적인 기업 직접대출 시장의 신용 사이클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핌코(PIMCO)의 고위 임원진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사모신용(프라이빗 크레딧)과 자산기반금융(ABF)이 새로운 투자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핌코의 매니징 디렉터이자 멀티에셋 크레딧 전략가인 로트피 카루이는 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6 미디어 브리핑'에서 "사모신용은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AI 산업의 성장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카루이 대표에 따르면 미국의 S&P 500 지수는 현재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이는 과거 걸프전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의 하락세와 대조된다.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고 있지만, AI 분야의 자본지출(카펙스)이 경제를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채권 시장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5% 전후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카루이 대표는 "종전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 리밸런싱이 발생하고, 에너지 수요 급감으로 경제 활동이 둔화하면 채권 수익률이 소폭 하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AI 하이퍼스케일러(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규모는 이미 역사적 수준에 도달했다. 핌코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설비 및 소프트웨어 투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0%에 근접할 정도로 급증했으며, 이는 닷컴 버블 직전인 1990년대 전고점(약 4.0%)을 이미 넘어섰다.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은 향후 18개월 동안 1조5000억달러(약 2297조원)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2026~2027년에는 이들의 설비투자가 영업현금흐름(OCF)의 약 94%를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카루이 대표는 "내부 현금만으로는 투자액을 충당하기 어려운 만큼, 상당 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업 차입 수요의 급증을 의미하며, 전통적인 대출 시장에 상당한 부담을 주게 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기업 직접대출 시장의 신용 사이클이 성숙 단계에 들어섰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기업성장 투자회사(BDC)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위험 신호를 보이고 있다. 카루이 대표에 따르면 BDC 포트폴리오에서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20%를 초과했는데, AI 시대에서 소프트웨어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노출도가 크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BDC 포트폴리오에서 현물지급(PIK) 대출의 비중이 9% 가까이 올랐다는 점이다. PIK 대출은 이자를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추가 채권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일반적으로 차입자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실의 징후로 여겨진다.
이러한 시장 변화 속에서 사모신용과 자산기반금융이 새로운 투자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카루이 대표는 "많은 투자자가 기업 직접대출과 사모신용을 동일하게 여기지만, 사모신용은 상위 개념으로서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자산기반금융 및 관련 전략은 기업 이익에 의존하는 구조가 아닌 매출채권, 설비, 부동산 등 특정 담보 자산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카루이 대표는 "이러한 투자는 다양한 시장 환경에서 강력한 하방 보호와 안정적인 성과를 제공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동산신용 등 담보 기반 현금 흐름과의 분산 투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직접대출 위험을 회피하려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